[자녀교육 멘토링] '명사와의 만남' 기회를 만들어 줘라

첫째 딸이 미국에서 고등학교에 해당하는 필립스 아카데미에 다닐 때의 일이었다. 딸애가 어느 날 한껏 흥분한 목소리로 '엄마'를 부르며 뛰어들어왔다. 딸애는 옛 소련의 반체제 물리학자로 공산 독재에 반대하며 미국과 옛 소련의 제휴를 통해 세계 평화를 위해 공헌해 1975년에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사하로프 박사와 만났다고 전했다. 딸애는 "사하로프 박사와 악수할 때 가슴이 얼마나 떨렸는지 엄마랑 아빠는 모를 것"이라며 흥분을 감추지 않았다. 딸아이가 다니는 학교신문 코너 중에 '세계 명사와의 만남'이란 꼭지가 있었는데 그날 딸이 직접 인터뷰한 사람이 바로 안드레 사하로프 박사였던 것이다. 나는 딸이 처음에 학교 신문 제작에 참여하고 싶다고 했을 때 적극 찬성하고 지원해 주었다. 언젠가 이런 일이 있을 것을 미리 예상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역사적인 인물들을 너무 위대한 존재로 신성시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다보면 아이들은 위인들을 자신과 너무 동떨어진 존재로 느끼고 지레 주눅이 들게 된다. 누군가를 본받고 싶다면 먼저 가까이 다가가 친숙해지는 기회를 가능하면 자주 가지는 것이 좋다. 나는 신문 외에도 명사들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가급적 많이 만들어 주려고 노력했다. 아르바이트로 부시 가문의 베이비시터를 자원했던 일이나 클린턴 전 대통령의 선거 캠페인에 참가토록 권유했다. 대학에 들어갔을 때는 저명한 교수들을 자주 찾아가 상담할 것을 권했다. 자녀들에게 가능하면 세계의 위인과 명사들을 자주 만나고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좋다. 그런 경험이 많을수록 아이들은 위인들도 자신들과 크게 다를 바 없는 보통 사람들, '옆집 아저씨'같은 존재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러다보면 자연스럽게 '나도 노력하면 저런 세계적인 리더가 될 수 있겠구나'라는 꿈을 품게 된다. 김경섭 한국리더십센터 대표 kengimm@ekl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