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1일자) 노사로드맵 입법 더 미뤄선 안된다

정부가 표류 중인 이른바 '노사관계 법·제도 선진화 방안'과 관련한 법 개정안을 다음달 초까지 입법예고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그동안 노사정위원회에서 이에 대한 논의가 있었지만 노동계 불참으로 2년 넘는 시간을 허송했고 논의시한마저 만료된 상황에서 정부로서는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정부가 입법대상으로 설정한 사업장내 복수노조 문제,교섭창구 단일화,전임자 급여 금지,대체근로 허용 등 핵심 쟁점들은 노사가 첨예(尖銳)하게 대립하고 있는 사안이다. 때문에 합의가 쉽지 않다는 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문제는 그렇다고 해서 언제까지 입법화를 미룰 수 있는 그런 처지도 결코 아니란 점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96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하면서 노동관계법을 선진국 수준으로 개정키로 약속했고, 개정 때까지 OECD의 감시를 받도록 돼 있다. 여기에다 국제노동기구(ILO)의 노동법 개정 압력도 거세지고 있다. 국제기구의 압력을 떠나서라도 당장 2007년 시행을 앞두고 있는 복수노조 문제의 경우 법적 정비를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국제사회에서의 우리 위상이라든지 국내 노사관계가 이젠 정말 대립구도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안된다는 점 등을 생각할 때 언제까지 법 정비를 미룰 수는 없는 노릇이다. 사실 전투적 노동운동으로 인한 대립적인 노사관계는 우리 국가경쟁력에 최대 걸림돌이라고 단정해도 결코 지나치지 않다. 매년 발표되는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세계경제포럼(WEF) 등의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보듯 우리나라 노사관계는 등수를 말하기가 부끄러울 정도로 국가경쟁력을 갉아먹고 있다. 끊임없는 대립과 불신, 그리고 연례행사처럼 벌어지는 파업을 생각하면 너무도 당연한 결과다. 김대환 노동부 장관은 노사정이든 노사 당자자끼리든 어떤 형식에도 구애받지 않고 대화를 하자고 노동계에 또다시 제안했다. 이 문제는 노사가 대화를 통해 양보와 타협(妥協)으로 푸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는 점에서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노동계는 더 이상 대화를 거부할 게 아니라 논의의 장에 나와야 마땅하다. 그렇지 않고 법이 통과된 뒤에 집단 거부투쟁에 나서는 등의 구태를 반복한다면 종국에는 스스로 설땅조차 잃게 되는 꼴이 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