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셔츠에 담긴 글로벌 경제 이면..'티셔츠 경제학'

1999년 2월 미국 조지타운 대학 교정.세계화 반대 시위가 한창인 가운데 한 여학생이 마이크를 잡았다. "여러분이 지금 입고 있는 티셔츠를 누가 만들었는지 아십니까? 베트남 어린이가 밥도 제대로 못 먹고 물도 마시지 못한 채 직조기 앞에 앉아 만든 겁니다. 또 시간당 18센트를 받는 인도 소녀가 화장실에 하루 두 번 밖에 못 가고서 완성한 것이에요. 나이키의 이익을 위해서 말입니다." 연설을 듣고 있던 여교수 피에트라 리볼리는 깜짝 놀랐다. 그리고 충격적 현장을 확인하고자 짐을 꾸렸다. '티셔츠 경제학'(김명철 옮김,다산북스)은 그 체험들을 묶은 단행본.티셔츠라는 특정 재화의 탄생과 유통·재활용 과정을 따라간 기행문이자 개인과 기업·국가의 과거 현재가 숨쉬는 역사서이면서 글로벌 경제의 흐름을 파악한 경제 서적이기도 하다. 저자는 미국의 목화 재배농들 때문에 더 나락으로 떨어지는 제3세계의 농부들을 발견했다. 티셔츠 한 장 판매가를 25센트 줄이기 위한 월마트의 착취 사이클 얘기도 들었다. '월마트가 납품 업자들을 압박하면 납품사도 같은 수법으로 외국의 원료 공급사를 착취한다. 원료 공급사 역시 하청사와 공장의 노동자들을 혹사시킨다'는 것.그러나 저자의 시선은 머리로만 주장하는 세계화도 가슴으로만 이야기하는 반세계화도 아닌 완충지대에 있다. 304쪽,1만2000원. 김홍조 편집위원 kiru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