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 존] 백화점 푸드코트 "호텔식사 뺨치네"


지난 10일 저녁 6시.유명 로펌 소속 국제변호사 김동준씨(32)의 퇴근길을 따라가 봤다.


그는 별다른 저녁 약속이 없어 혼자 밥을 먹어야 했다.
라면 끓이는 것 말고는 할 줄 아는 요리가 없는 독신남이지만 식사 걱정은 하지 않는다.


회사에서 가까운 백화점 식품매장에서 웬만한 호텔 레스토랑 수준의 음식을 즉석에서 조리해 포장해주기 때문이다.


김씨는 백화점에 들어서자 지하 1층 식품매장으로 곧장 내려가,유명호텔에서 직영하는 테이크 아웃 푸드 매장을 찾았다.
이날 저녁 메뉴는 정통 이탈리아식 파스타.셰프는 살짝 익혀 둔 스파게티면을 즉석에서 소스와 함께 볶아 전자레인지 전용용기에 깔끔하게 포장해 주었다.


그는 햄과 연어,신선한 채소를 호밀빵에 넣은 샌드위치를 구입했고,같은 층에 있는 슈퍼마켓에서 미국 유학시절부터 쭉 마셔왔던 에콰도르산 '빌카구아' 생수도 넉넉히 챙겼다.


햄버거로 때웠다면 5000원이면 충분했을 한 끼 식사에 3만원 가까이 썼지만 김씨는 전혀 개의치 않는 듯했다.
"값싼 햄버거나 배달 피자 같은 정크 푸드는 싫지만,그렇다고 혼자 식당에 가는 것도 내키지 않는다"며 "오늘 같은 날 '백화점 식품매장'은 나에게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곳"이라고 만족해했다.


김씨처럼 경제력 있는 싱글족이나 시간 여유가 없는 맞벌이 부부가 늘어나면서 백화점 식료품 매장이 호텔 수준으로 고급화되고 있다.


'백화점 지하 푸드코트'라면 생각나는 3000~4000원대 음식은 이제 더 이상 찾아보기 힘들다.
대신 전문 매장들은 1만~2만원대의 고급 요리를 반조리 내지는 완전조리된 상태로 팔고 있다.


식재료도 신선식품 가공식품 할 것 없이 유기농뿐이다.


롯데,현대,신세계,갤러리아 등 주요 백화점들은 최근 들어 고소득 식도락가들을 잡기 위해 경쟁적으로 식품관을 개조하고 나름대로 특식을 선보이고 있다.


롯데백화점에서는 '몽고스칸 그릴'이 인기다.


현대백화점에서는 '유기농 편집매장'이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생식품과 공산품을 합쳐 480여 품목 모두가 유기농 인증을 받은 제품이다.


신세계에는 '세계 물코너'가 눈길을 끈다.


루이14세가 마셨다는 프랑스산 '샤뗄똥' 생수를 비롯해 세계 각국에서 '물 건너 온' 70여종의 생수를 판매한다.


갤러리아 명품관지하 1층 식품매장에는 148가지 반찬을 즉석에서 만들어 파는 '반찬 부띠끄'가 호평을 받고 있다.
최원일 롯데백화점 식품매입팀장은 "기존 매장을 젊은 감각으로 확 바꾸면서 노년층 고객 일부의 이탈이 우려됐으나 결과는 오히려 반대였다"며 "건강에 좋은 웰빙 식품을 강화한 것이 중장년층과 노년층을 더 끌어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차기현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