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피터 드러커

"거대 정부나 거대 기업에 의한 통제설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나는 권한 분산과 실험정신,공동체 창조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물론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말도 '큰 것이 최고다'라는 것만큼 독선이고 멍청한 생각이다. … 사람은 신의 창조물 속에서 다양성을 봐야 한다."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로 불린 피터 드러커 교수가 세상을 떠났다. 드러커는 일생 동안 인간의 다양성과 독창성 및 거기에서 비롯되는 조직(기업)과 사회의 변화에 주목했다. 아울러 사물의 본질을 꿰뚫는 통찰력과 사회 역사 문화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경영이란 무엇인가를 쉽게 풀어썼다. '경제인의 종말''미래 기업''자본주의 이후의 사회''21세기 리더의 선택''미래의 기업 어디로 갈 것인가'등 30여권의 저서는 바로 그같은 노력의 산물이다. 특히 '기업의 개념'(1946)에선 목표 경영, 권한 이양 등의 용어를 만들어냈고 '단절의 시대'(1969)에선 일찌감치 지식이 가치 창출수단이 되는 정보화사회의 도래를 예측했다. 그는 또 기업가 정신과 인성화된 생산방식을 강조하고 리더십의 요건으로 명령과 통제 대신 신뢰와 권한 이양을 역설했다. 인텔의 창업자 앤드류 그로브의 강점은 열심히 일하고,주변에 분명하게 설명하고 그 결과 신뢰를 얻은 것이라는 얘기다. 87년 주식시장 폭락 당시에도 "경제적 이유가 아니라 도덕적 이유로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실제 그는 누군가 만나기로 하면 뭘 입고 뭘 좋아하는지 물은 다음 거기에 맞춰 식당을 예약하고 옷차림도 맞출 정도로 꼼꼼하고 섬세했다고 한다. 또 컴퓨터로 작업하면 수정이 쉬워 너무 많은 단어를 사용하다 문장을 망친다며 타이프라이터를 쓰고,인터넷 검색보다는 그 분야 전문가에게 전화로 묻는 게 더 좋다고 썼다. 혁신은 기발한 아이디어나 발명이 아니라 기존의 기술이나 지식을 유기적이고 조직적 혹은 전혀 엉뚱한 방식으로 결합한 것이며 따라서 고정관념 타파와 인식의 변화가 혁신의 원동력이라고 강조했던 드러커는 가고 사상만 남았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