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적 2주택자 "잠이 안와요"

"집을 내놓은 지 벌써 6개월도 넘었는데 도무지 팔리질 않아요." 이승우씨(가명·30·서울 마포구 현석동)는 요즘 걱정이 태산이다.


지난 1999년에 산 26평형 아파트를 팔고 종로구의 33평형짜리 새 집으로 이사를 준비 중인데 기존 주택이 팔리지 않아 자칫하면 1가구 2주택자로 무거운 세금을 물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어서다.


이씨는 마포 집 근처 부동산 중개업소 10여곳에 매매 의뢰를 해놓았다.


정식 중개수수료 외에 웃돈을 얹어주겠다며 특별 부탁을 했지만,6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집을 보러온 사람은 겨우 3명에 불과하다.
물론 매입 의사를 밝힌 사람은 한명도 없었다.


이씨는 "답답해서 중개업소에 확인해보면 집값을 더 내리라고 얘기하는데 1억원에 분양받아 6년 동안 겨우 수천만원 오른 집을 어떻게 더 싸게 내놓습니까"라고 하소연했다.


8·31부동산대책 발표 이후 이씨와 같은 일시적 1가구 2주택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현재 1가구 1주택자는 새로 집을 살 경우 1년 내에 살던 집을 처분하면 특례 조항이 적용돼 양도세가 비과세된다.


과거엔 1년 정도면 주택 처분 기간으로 충분했지만,8·31대책이 나온 이후엔 시장이 침체돼 특히 투자성이 떨어지는 소형 평형 아파트를 매각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다 보니 1가구 2주택자에게 양도세가 중과되는 2007년 이전에 살던 집을 처분 못해 어쩔 수 없이 세금을 많이 내게 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일시적 1가구 2주택자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아예 헐값에 무리하게 집을 파느니 1가구 2주택 상태로 무거운 세금을 내겠다는 사람도 나오고 있다.


영등포구 문래동에 사는 강모씨는 20평형대 아파트가 넉 달이 지나도록 팔리지 않자 최근 매물을 거둬들였다.


강씨는 "내년 말 이전에 파느라 헐값에 내놓든 팔지 않고 있다가 50%의 양도세를 내든 어차피 남는 것 없기는 마찬가지"라며 "종합부동산세를 내야 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오히려 나같은 사람에겐 1가구 2주택으로 그냥 살거나 자식에게 증여하는 게 오히려 이익이 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사례가 늘자 일시적 1가구 2주택자에 대한 유예기간을 늘려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마포구 신수동 인터넷부동산 관계자는 "이씨뿐만 아니라 집을 넓혀가려는 강북의 소형 평형 소유자 대부분이 제때 집을 팔지 못할까봐 마음을 졸이고 있다"고 전했다.


"가구당 1주택만 소유해야 한다면 누가 비인기 지역의 소형 평형을 사려 들겠느냐"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노영훈 조세연구원 박사는 "3주택 소유자를 규제하는 것과 2주택 소유자를 규제하는 것은 의미가 다르다"면서 "특히 투기적 목적으로 2주택을 소유했는지를 구분하는 것은 매우 판단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노 박사는 "1주택자에 대한 비과세와 2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 정책이 겹치면서 정부가 예상치 못했던 피해자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운이 좋아 시장에서 1년 내에 집을 처분할 수 있는 사람은 투기꾼이 아니고,그렇지 않은 사람은 투기꾼이라고 볼 수는 없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