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새똥 시인

김용택 시인은 '섬진강 시인'이라 불린다. 그의 시 대부분이 섬진강을 배경으로 쓰여지는 까닭이다. 그는 섬진강을 두고 이렇게 말한다. "나의 모든 글은 거기 작은 마을에서 시작되고 끝이 날 것을 믿으며,내 시는 이 작은 마을에 있는 한 그루 나무이기를 바란다"고. 섬진강은 시인의 가슴에서 거듭거듭 태어나곤 한다. "그대 정들었으리/지는 해 바라보며/반짝이는 잔물결이 한없이 밀려와/그대 앞에 또 강 건너 물가에/깊이 깊이 잦아지니/그대,그대 모르게 /물 깊은 곳에 정들었으리/풀꽃이 피고 어느새 또 지고/풀씨도 지고/그 위에 서리 하얗게 내린…."(섬진강3 중에서) 그는 섬진강가의 고향을 거의 떠나본 적이 없다. 강의 상류쯤에 있는 전북 임실군 덕치면 진메라는 아주 작은 마을에서 태어나 인근 초등학교에서 교편을 잡으며 시를 쓰고 있다. 이번에는 자신이 글쓰기를 지도해 온 아이들의 시집 '우리 형 새똥 맞았다'를 냈다. 전교생이래야 고작 31명인 덕치초등학교 학생 모두를 시인으로 키운 것이다. "힘들게 체육대회 연습하고 나서/보람차게 집에 갈 때도/새똥은 눈 깜짝할 새 내 가방을/하얀색으로 물들인다/새똥도 똥이다/똥 아니랄까봐 구린내가 진동한다/우리 형도 새똥에 맞았다/혹시 우리 가족 새똥에 걸렸나 보다(새똥)."섬진강가 시골아이들의 동심이 그대로 배어 전해 오는 듯하다. 아직 서툴고 논리적이지는 못하지만 거짓없는 생활이 담긴 진솔한 표현들이 돋보인다. '시인은 세상의 눈'이라고 하는데 무엇보다 섬진강가 아이들의 눈을 통해 본 이러저러한 풍경과 사물들이 앞으로 어떻게 그려질지 기대된다. 작고 보잘 것 없는 마을이지만,아이들의 생활은 모두 섬진강물을 닮아 아름답기만 하다. 도시로 가기를 거부하고,오직 이 곳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며 생활하는 것을 가장 커다란 행복으로 여기는 시인이 있기에 아이들의 미래가 더욱 밝은 것 같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