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폭력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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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엔 이렇다 할 정답이 도출되지 않는 문제가 많다.
미디어의 개인에 대한 영향력 역시 오랫동안 풀리지 않고 있는 숙제 가운데 하나다.
1920년대 초 폭력적 내용의 영화가 어린이에게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가 처음 시작됐을 때의 일차적 답은 '즉각적이고 큰 영향을 미친다'였다.
'탄환 이론'이 그것이다.
그러나 60년대 이후 연구의 중심이 TV로 옮겨진 뒤엔 '직접적이다''아니다''제한적이다'를 놓고 논란이 되풀이됐다.
수많은 기관과 학자가 관심을 기울인 끝에 얻어낸 잠정적 결론은 개인의 선유경향에 달려있긴 하지만 지나치게 폭력적인 영상물은 청소년들의 반사회성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영상물 속 폭력이 유희적으로 묘사되거나,그럴 듯한 보상을 받거나,처벌받지 않을 경우 폭력에 대한 규범적 판단이 흐려져 폭력 행사에 둔감해질 수 있다고 한다.
또 영상물 속 배경이나 폭력 행사자의 처지가 자신과 비슷하다고 인식되면 한결 쉽게 동화되고 상황에 따라 공격적이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발표도 있다.
학교폭력에 시달리던 여고생의 자살과 관련,열린우리당이 교복 차림의 학생들이 폭력집단의 주인공으로 나오는 영화 등을 규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하는 바람에 한바탕 논란이 일고 있다.
"뜬금 없는 규제"라는 반발이 거세지만 "영화라도 폭력을 동경하게 만드는 건 곤란하다"는 쪽도 있다.
국내 영화는 96년 10월4일 헌법재판소에서 사전 검열이 위헌이란 판결을 내린데 따라 사전심의제가 상영등급제로 바뀌면서 급변했다.
이후 99년의 '친구'를 비롯 '말죽거리 잔혹사''두사부일체''신라의 달밤''조폭 마누라' 등 폭력물이 쏟아졌고 TV드라마의 폭력성 지수 또한 급등했다.
영상물의 내용을 법이나 제도로 규제하는 일은 간단하지도 않고 효과를 내기도 어려워 보인다.
규제가 상업적 목적을 이길 도리는 없기 때문이다.
학교폭력 근절의 첫걸음은 학생 개개인에 대한 교사와 학부모의 지속적이고 세심한 관심과 사랑이다.
영화 속 폭력의 제어 여부는 제작자와 연출자의 가치관에 달렸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