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에서 M&A로] (中) '제2도약' 꿈을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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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당시 두산그룹의 최대 고민은 성장이 한계에 봉착했다는 점이었다.
지난 100여년간 가업으로 이어 오던 식음료 사업은 도무지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다.
결국 미국계 경영컨설팅 펌인 맥킨지의 자문을 받기로 했다.
맥킨지의 진단은 간단했다.
"나이 든 기업은 도전 정신이 없어진다.
그러면 새로운 상품을 내는 데 게을러진다.
따라서 두산은 소비재 중심 그룹에서 산업재 중심 그룹으로 변화하는 게 좋다."
두산은 이 조언을 과감하게 받아들여 중공업 중심 그룹으로의 새로운 성장사를 쓰기 시작했다.
주요 수단은 M&A(기업 인수·합병)였다.
1998년 OB맥주를 매각하고 남은 돈으로 2001년 한국중공업(현 두산중공업)을 인수한 것이 신호탄이었다.
이어 2004년 고려산업개발(현 두산산업개발)에 이어 올해 초에는 대우종합기계(현 두산인프라코어)까지 인수하면서 그룹의 무게중심은 기계·중공업으로 완전히 옮겨졌다.
두산은 그룹 매출의 84.3%를 산업재가 차지하는 명실상부한 중공업 그룹의 모양새를 갖췄으며 올해는 사상 처음으로 매출액이 11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몇 년 전부터 대형 M&A 시장이 활기를 띠면서 재계의 판도도 시시각각 달라지고 있다.
두산은 최근의 대표적인 사례일 뿐 시간을 조금만 더 거슬러 올라가면 SK그룹도 이 범주에 속한다.
SK는 과거 공기업이었던 유공과 한국이동통신을 차례로 인수,오늘날 그룹의 양대 주력인 SK㈜와 SK텔레콤을 일구었다.
두산과 비슷한 시기에 M&A로 성가를 올린 기업으로는 팬택이 있다.
팬택계열은 2001년 현대전자의 휴대폰사업부인 현대큐리텔(현 팬택앤큐리텔)을 인수하면서 재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이를 통해 CDMA(큐리텔)와 GSM(팬택) 사업 사이에 시너지 효과도 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팬택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지난 8월 국내 프리미엄 휴대폰 시장의 65%를 점유하고 있는 SK텔레텍을 인수한 것.잇단 M&A를 통해 팬택은 재무구조 개선,프리미엄 브랜드 확보,원가 절감,사업구조 개선의 네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었다.
STX그룹도 M&A를 통해 급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다.
옛 쌍용중공업을 모태로 출범한 STX그룹은 강덕수 회장의 진두 지휘 아래 숨이 가쁠 정도로 빠르게 덩치를 키워왔다.
2001년 대동조선(현 STX조선),2002년 구미 및 반월공단 열병합발전소 2기(현 STX에너지),2004년 범양상선(현 STX팬오션)을 차례로 인수했다.
지난달에는 대한통운 주식을 대량 매입,최대 주주로 떠올랐다.
옛 쌍용의 전문경영인 출신이 일군 STX그룹은 현재 자산 기준 재계 서열 25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앞으로 20위권 진입도 넘볼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전선은 아예 투자회사로의 변신을 꿈꾸고 있다.
2002년 무주 리조트에 이어 지난해에는 내의업체인 쌍방울의 경영권을 손에 넣었다.
상당한 물량의 채권을 매입해 진로 M&A전에 뛰어들기도 했다.
대한전선은 지난 9월 1600억원 규모의 해외 전환사채를 발행,5000억원에 달하는 실탄을 보유하고 있어 언제든 기업 인수에 나설 채비를 갖추고 있다.
이 밖에도 M&A를 통해 그룹의 규모를 키운 회사로는 2002년 대한생명을 인수해 재계 서열 10위에서 8위로 뛰어오른 한화와 뉴코아,데코,태창 내의사업 부문 등을 인수하며 올해 처음으로 50위권에 진입한 이랜드(37위) 등이 있다.
이 같은 재계의 역동성은 M&A를 통해 앞으로 더욱 커질 것으로 보여 재계의 지형도 급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지배적인 관측이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