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피터 드러커가 본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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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근찬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미국의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 박사가 지난 11일 세상을 떠났다. 1909년 11월19일 오스트리아 수도 빈에서 태어났으니 일주일 부족한 만 96세로 세상을 떠난 것이다.
피터 드러커는 GM에 대한 컨설팅 결과를 바탕으로 쓴 '기업의 개념'이란 저서를 통해 현대 경영학의 거장으로 인정받기 시작했다.
또한 그는 고전 경제학에서 중시됐던 노동과 자본의 가치가 떨어지고 지식이 경제의 기준이 되는 지식사회가 도래할 것이라는 미래관을 제시함으로써 지식경영의 장을 열었고,자본주의와 사회주의적 경제 성과의 차이로 인해 소련이 붕괴될 것을 실제 역사로 증명되기 10년 전에 예언하는 등 세계적인 석학으로 꼽혀왔다. 1939년 30세 때 첫 저서 '경제인의 종말'을 발표한 뒤 '경영의 실제''단절의 시대''미래 경영''자본주의 이후의 사회' 등 수많은 저술은 우리에게 시대를 초월한 깨달음을 갖게 한다.
그는 한국을 마음 속 깊이 인정한 몇 안 되는 서구 학자의 한 사람이었다. 한번은 드러커에게 미국의 한 신문기자가 세계에서 기업가정신이 가장 뛰어난 나라가 어느 나라인지 물었더니,그는 "말할나위 없이 한국"이라고 대답했다고 전해진다. 그가 한국에 대해서 이런 평가를 하게 된 데는 배경이 있다.
드러커는 한국동란이 끝난 후,1954년께 미국 정부의 요청에 따라 한국의 교육문제를 점검하기 위해 우리 나라를 방문한 적이 있었다. 당시 그가 본 것은 불모의 황폐한 국토에,산업이라야 그저 농업밖에 없는 '농업국가 한국'의 모습이었다. 그런 한국이 불과 40년 만에 조선 철강 전자 등 산업 강국으로 두각을 나타내면서 세계경제의 당당한 일원으로 떠오르자 드러커 박사는 경탄해 마지 않았고,한국이야 말로 자신이 평생 동안 신념을 가지고 주창해 온 자유시장경제와 기업가정신의 성공사례로 여겼던 것이다.
피터 드러커에 의하면 현대사회는 지식과 지식이 어우러져서 새로운 지식을 창출하는 경영혁명의 사회다. 사회 전반에 걸쳐 스며든 '효과적인 경영'만이 자유세계를 지탱케 하고,독재자와 전체주의가 다시 등장하지 못하게 하는 단 하나의 대안이며,여기에 타협은 있을 수 없다고 그는 역설한다.
그의 가르침은 한국경제의 발전을 위해 명확한 방향을 제시한다. 요컨대,드러커가 칭찬해 마지 않던 한국이 그동안 이루었던 성장과 번영을 계속 구가하기 위해서는 오직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드는 것 외에는 대안이 없다.
한국의 번영은 기업이 공장을 해외로 이전하지 않고도 한국에서 경쟁력을 갖고 경영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할 수 있는가,그리고 예비 기업가들이 기꺼이 모험을 감수하고 자신의 성취와 국가경제 발전에 이바지하고자 새로운 기업을 세우는 창업을 활발히 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한국의 성취를 인정해 준 드러커 교수의 명복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