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 존] 수입차 매장 이 정도는 돼야


지난 15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BMW전시장.고급차 한 대가 들어오자 영업사원이 곧바로 뛰어나간다.


발레파킹을 해주기 위해서다.
30대 중반으로 보이는 '사모님' 4명을 가장 먼저 맞은 건 독일의 유명 조명 디자이너 잉고 마오르의 작품인 붉은색 샹들리에.전시장 높이는 일반 건물의 2배에 달하는 5m여서 여유로움을 느끼게 해준다.


곳곳에 마련된 40대의 LCD 모니터에는 다양한 BMW 모델들이 달리고 있다.


손님들이 테이블에 앉자 고급스러운 잔에 담긴 카푸치노가 건네진다.
눈앞에는 1억7300만원짜리 BMW 750i 등 5대의 차량이 자태를 뽐내고 있다.


맞은편에는 40대 주부 서너 명이 일본 NEC의 60인치 PDP TV와 레복스 오디오 시스템을 통해 흘러나오는 영화를 감상하고 있다.


"원하면 누구나 무료로 영화감상을 할 수 있고,2층에 마련된 방에서는 소규모 모임도 가질 수 있다"고 영업사원은 설명한다.
차에 관심을 보이자 2층 VIP 상담실로 안내된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앞에 놓인 사진작가 김중만씨의 작품이 눈길을 끈다.


VIP 상담실은 럭셔리의 극치다.
세트당 5000만원이 넘는 B&B 소파만 봐도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간다.


2002년 5월 문을 연 4층 규모의 BMW 대치전시장에 들어간 공사비는 모두 50억원.인테리어에만 22억원이 투입됐다.


수입차 전시장의 고급화를 부추긴 기폭제가 된 곳이다.


이기준 저먼모터스(BMW 대치 딜러) 사장은 "잠재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전시장을 누구나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개방하고 있다"며 "동창회 모임이나 영화 관람 장소로도 제공한다"고 말했다.


수입차 전시장이 인근 주민들의 문화 공간이자 사랑방으로 이용되는 사례는 여기만이 아니다.


도산대로에 자리잡은 인피니티 강남전시장은 아예 차량을 5,6층에 배치하고 1층을 호텔 로비 또는 고급 카페처럼 꾸몄다.


전시장에 들어서자마자 자동차와 마주해야 한다는 강박감 대신 예술품을 감상할 때와 같은 여유와 편안함을 주기 위한 배려다.


발레파킹과 따뜻한 차 한잔은 기본 서비스.인피니티 강남딜러인 SS모터스 권기연 사장은 "주말에는 전시장에 차를 세우고 인피니티를 감상한 뒤 인근 유명 레스토랑에서 식사하거나 도산공원까지 산책하고 돌아가는 고객이 많다"고 전했다.


메르세데스벤츠 강남대로 전시장의 경우 고객들에게 100여평 규모의 옥상을 야외파티 장소로 빌려줘 인기를 끌고 있다.


렉서스 서초전시장 역시 고급스럽게 꾸민 대형 룸과 여기에 딸린 발코니를 고객들에게 대여해주고 있다.
이 밖에 푸조 대전전시장을 비롯한 상당수 수입차 매장들이 골프연습장과 헬스클럽 등 고객을 위한 다양한 편의시설을 마련해 놓고 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