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APEC] 세계화 공감속 각론은 묘한시각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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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과 멕시코 칠레 호주 태국 정상들은 18일 부산 롯데호텔에서 이틀째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최고경영자회의(CEO서밋)에 참석,800여명의 기업가를 상대로 기조 연설을 갖고 세계화에 대한 견해를 피력했다.
이들은 무역자유화를 통한 세계화에는 모두 공감했지만 세계화의 부산물인 양극화에 대해 깊은 우려의 목소리를 내는 등 각론에는 이견을 보이는 모습이었다.
◆노 대통령 "개방된 자유무역체제"
노무현 대통령은 개방정책과 자유무역을 지속적으로 추진해나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노 대통령이 강조한 '개방된 자유무역체제'는 지금까지 한국 정부가 일관되게 밝혀온 경제·통상 정책의 기본 방향대로다.
노 대통령은 "한국의 경우만 해도 무역의 70%,외국인 투자의 64%가 아시아·태평양 지역 안에서 이뤄진다"며 "지역 내 국가 간 교류와 협력도 가속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궁극적으로 아시아·태평양의 경제공동체 달성이 APEC의 궁극적인 목표라는 언급도 있었고,"자유화와 세계화는 돌이킬 수 없는 시대 흐름"이라는 의견도 내놨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이날 이 같은 기조와는 상당히 다른 의제를 동시에 던졌다. 세계화의 부작용으로 평가받는 양극화 문제다. 평소에도 측근들에게 '세계화의 그늘'이라며 관심을 표한 것으로 알려진 부분이다. 그는 △산업·기업 간 양극화가 △고용·소득 간 양극화로 이어지고 △나아가서는 교육과 인적자원 투자의 양극화로 고착되면서 △계층 간 격차가 확대된다는 '4단계 양극화론'을 제시했다.
이와 관련,청와대 관계자는 "개방화·자유무역도 언급했지만 이번 연설에서 노 대통령의 의중은 양극화에 대한 문제제기에 무게가 실렸다"고 말했다.
◆"자유무역이 고용.성장 기틀"
전 세계 43개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고 있는 멕시코의 비센테 폭스 케사다 대통령은 자유무역을 적극적으로 옹호하면서 자유무역 활성화를 위한 세계 경제 지도자들의 노력을 촉구했다.
폭스 대통령은 "자유무역이 성공적이고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고,자유무역은 투자와 기업 성공의 토대가 되고 있다"며 "이는 투자가 높은 수익을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유무역이야말로 경제를 성장시킬 수 있다"며 자유무역은 멕시코에서 고용을 창출했고 성장의 토대를 만들었으며 실업률을 낮은 수준으로 내려가도록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 모든 것이 자유무역체제 유지의 성과이고 투자를 유치했기 때문에 가능했다며 멕시코는 미래에도 자유무역을 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리카르도 라고스 칠레 대통령은 "반덤핑이나 지식재산권 문제는 다자간 레벨에서 협의해야 하는 것으로 양자간 협정이 이를 대체할 수는 없다"며 "다음 달 홍콩에서 열리는 WTO 각료회의에서 APEC 차원의 협정을 통해 DDA가 타결되도록 압력을 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계화 부산물 양극화 해결 시급"
탁신 시나왓 태국 총리는 '세계화의 당면과제와 도전'이라는 주제의 기조 연설에서 "인간적인 얼굴을 가진 세계화를 실현해야 한다"며 "사회주의의 가슴으로 자본주의를 실천해야 한다"고 말했다.
탁신 총리는 "정부와 기업은 세계화를 기회로 보고 있지만 많은 사람들은 세계화를 자신들 삶의 가치와 질서를 위협하는 요소로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APEC 회원국은 경제적 문화적 정치적인 다양성을 갖고 있다"며 "이러한 다양성은 재화와 자본 등의 이동을 관리하는 데 큰 힘이 될 수 있지만 APEC 회원국 간 양극화를 극복하지 못하면 오히려 분열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부산=허원순·류시훈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