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APEC] '아인슈타인 로봇' APEC 스타됐네

18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린 부산 벡스코는 각국 정상들과 수행원 그리고 세계 곳곳에서 모여든 취재진들로 하루종일 북새통을 이뤘다. 또 저녁 개최된 만찬에서는 조수미 공연 등 각종 문화행사가 펼쳐져 축제 분위기가 한껏 고조됐다. 하지만 벡스코 주변은 차량과 사람의 통행이 통제되고 인근에 경찰병력이 대거 배치되는 등 하루종일 긴장감이 돌았다. 또 시내 곳곳에는 반(反)APEC 시위가 벌어져 어수선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노무현 대통령은 18일 오전 부산 롯데호텔에서 열린 APEC 최고경영자회의(CEO서밋)에 참석,부산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표시했다. 대통령은 즉석에서 원고 외 연설을 통해 부산의 역사,자신과 부산의 인연 등을 밝히며 CEO서밋에 참석한 외국 기업인들에게 APEC 개최지 부산에 대한 '좋은 이미지 심기'에 힘을 기울였다. 원고 외 발언을 이어간 노 대통령은 "이곳 부산은 지난 1950년 한국전쟁 시기에 전국의 국민들이 와서 여기에서 함께 어울려 살았다"며 "당시 부산은 전국의 어려운 사람들을 다 품안에 안았던 넉넉한 관용의 도시였고 이웃과 함께 하는 사랑의 도시였다"고 자랑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나는 이 도시에서 고등학교를 다녔고 변호사를 했으며 처음 국회의원을 했다. 시장선거에선 떨어지기도 했다"며 '정치적 고향' 부산과의 인연도 소개했다. 그러면서 노 대통령은 "내가 사랑하는 이 고향에서 여러분을 맞이하게 된 것을 정말 기쁘게 생각한다"며 "바쁜 일정이지만 이 부산의 아름다움을 마음껏 즐기고 가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APEC 정상회의에 참석한 21개 회원국 정상 내외가 모두 참석한 가운데 벡스코 1층에서 열린 만찬엔 정치 경제 문화 언론계의 주요 인사 1000여명이 참여해 성대하게 치러졌다. 분홍색 넥타이를 맨 노무현 대통령과 분홍색 한복 차림의 권양숙 여사를 선두로 각국 정상 내외가 박수를 받으며 일제히 만찬장으로 입장할 땐 아리랑이 은은하게 연주됐고 한복을 차려입은 도우미들이 자리를 안내했다. 정상 내외가 모두 자리에 앉자 행사장의 조명이 일제히 꺼지며 '소망의 종이배'가 APEC 21개국을 항해하며 각국을 소개하는 영상물이 8분가량 상영됐다. ◆…노 대통령은 만찬사를 통해 "만나서 대화하면 이해가 깊어지고 신뢰가 쌓이며 없던 길도 열리고 보이지 않는 희망도 만들어 갈 수 있다"며 "이것만으로도 APEC은 이미 성공했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대한민국은 세계와 함께 호흡하면서 고도성장을 이루고 민주주의를 발전시켜왔다"며 "앞으로도 우리의 역량에 걸맞은 국제적인 역할과 책임을 다해 나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어 노 대통령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번영,여러분 모두의 행복을 위해 건배를 제의한다"고 말하며 잔을 들었으며 참석자들은 모두 자리에 일어나 잔을 마주했다. 정상 만찬 건배주로는 부산에서 만든 상황버섯 발효주인 전통술 '천년약속'이 사용됐다. ◆…정상 내외들은 노 대통령의 만찬사에 이은 만찬에서 국악 연주,부산 시립청소년합창단 합창,오케스트라 연주 등을 통해 21개 회원국의 전통음악을 들으며 한국 궁중요리를 맛봤다. 각국 정상들은 1시간의 만찬을 마친 뒤 약 40분간 문화공연을 관람하기도 했다. 문화공연에서는 무형문화재 안숙선 명창의 '비나리',대표적 한류가수 보아,소프라노 조수미의 열창이 이어져 참석자들로부터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APEC 21개 회원국 정상들을 따라 부산을 찾은 각국의 퍼스트레이디들도 18일 '내조 외교'에 분주한 하루를 보냈다. 이번 정상회의에는 노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를 비롯 미국 중국 호주 캐나다 홍콩 인도네시아 멕시코 페루 대만 베트남 등 11개국의 퍼스트레이디가 참석했다. 퍼스트레이디들의 일정은 한국의 멋과 맛,한국의 문화와 자연을 느낄 수 있는 시간으로 채워졌다. 각국 정상 배우자들은 이날 오전 부산 금정산 기슭에 자리잡은 고찰(古刹) 범어사에서 첫 만남을 가졌다. 일주문 앞에서 기념촬영을 마친 각국 정상 부인들은 범어사 주지 스님의 안내로 대웅전 천왕문 불이문 3층석탑 등 경내를 둘러보며 한국의 불교 문화와 가을 정취를 만끽했다. 대웅전 앞에서 녹차의 일종으로 김해에서만 생산되는 장군차와 연꽃으로 우려낸 연차 등 전통차를 시음했으며,바라춤과 달마도 시연을 관람하며 친교의 시간을 가졌다. ◆…반APEC 국민행동의 범국민대회에 참여한 민주노총 농민회 재야단체 대학생 등 시위대는 18일 오후 4시 APEC 정상회의장인 해운대 벡스코로 행진을 강행하다 저지하는 경찰에 맞서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부산=김태현·김형호·유승호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