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경제 살리는 지방은행들] (5) 경남은행 울산 중기센터점

레저용(RV) 및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SUV) 지붕에 짐을 싣는 장치인 루프랙(roof rack)을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진원의 한치호 대표(55).자신의 사업을 하겠다며 지난 96년 울산에 있는 국내 최대 자동차 부품업체인 한국프랜지 공장장(전무)직을 그만뒀지만 6년간 허송세월을 보냈다.


마땅한 사업아이템을 찾지 못한 때문이었다.
그런 그에게 2002년 5월 기회가 왔다.



[ 정호영 경남은행 지점장(왼쪽)이 한치호 진원 대표와 루프랙을 살펴보고 있다./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 ]
부도가 난 자동차부품회사가 법원 경매에 부쳐진 것.그는 이 회사가 주5일제를 겨냥,루프랙 사업에 뛰어들다 자금난으로 쓰러졌다는 점에서 도전해볼 만하다고 확신했다.


그러나 기대감도 잠시뿐이었다.


25억원에 이르는 경락자금이 문제였다.
은행 담보물이라고는 퇴직금을 털어 건립한 목욕탕 건물뿐이었다.


그런데 한 대표가 어렵게 찾은 경남은행은 담보가치보다 5~6배나 많은 경락자금을 빌려줬다.


당시 자금지원을 맡았던 울산 중소기업지원센터 정호영 지점장(50)은 "37세 때부터 10여년간 중견 자동차부품업체 공장장을 지낸 한 대표의 경영능력을 믿었다"며 "본점 여신 담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문제가 되면 내가 책임을 진다는 조건으로 자금지원 결정을 받아냈다"고 회고했다.
한 대표는 인수한 회사 이름을 진원으로 바꾸고 단순 물품 적재 수단을 뛰어넘어 외관의 아름다움과 편리성,기능성을 골고루 갖춘 루프랙을 개발,생산에 들어갔다.


마침 주5일제 기업이 늘어나는 시점이어서 진원의 루프랙은 날개 돋친듯 팔려나갔다.


기업 인수 6개월여 만에 6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어 2003년 110억원,2004년 150억원,올해 170억원 등 연 20~30%의 고속성장을 이어갔다.


국내 루프랙 시장의 70%를 차지하고 있다.


한 대표는 진원의 이 같은 고도성장을 발판으로 사업다각화에 적극 나서 철강유통 전문업체인 부전금속과 산업유류의 부전산업,자동차 부품단조공장인 BJ코리아,전통 콩청국장 재료로 웰빙 효소식품을 만드는 BJ바이오 풋 등 5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전체 매출은 연 500억원대다.


한 대표는 경남은행에 진 빚을 잊지 않고 있다.


시중은행에서 특별 우대금리까지 적용하며 자금을 대출해주려 하지만 경남은행만 고집하고 있다.


경남은행 VIP클럽 회장을 맡아 중소기업 대표들과 경남은행과의 교류확대에도 발벗고 나서고 있다.
정 지점장도 금융 회계 외환 등 한 대표가 자칫 소홀히 할 수 있는 경영분야의 컨설팅을 해주고 있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