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설의 경영 업그레이드] 구글에서 배울 것

글로벌 기업의 CEO를 소개하는 자료를 보면 빠지지 않는 표현이 있다. '고객경험(customer experience)에 아주 밝다'는 식이다. 시장을 잘안다는 데서 한걸음 더 나아가 고객들이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싫어하는지를 꿰뚫고 있다는 극찬이다. IT업계에서 자주 쓰는 용어 중에 '유저 인터페이스(user interface)'라는 것도 비슷한 뜻이다. 고객들이 제품을 사용할 때 불편한 것을 없애고 정말 필요로 하는 것들을 고루 갖추고 있을 때 유저 인터페이스가 뛰어나다고 한다. 21세기 들면서 공급과잉,수요위축의 저성장 시대가 본격화되고 있다. 여기에다 고객들이 갖고 있는 정보는 무한하다. 고객이 도대체 어떻게 반응하는지 그 행태부터 마음까지 잡아내지 않으면 팔 수가 없다. 반대로 업계에서 통용되는 게임의 법칙에 연연하지 않고 고객의 경험과 사용편의성,그리고 그 마음까지 잡아내는 기업은 탁월한 성과를 낼 가능성이 훨씬 높아진다. 요즘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회사는 단연 구글(Google)이다. 2005년 현재 미국 인터넷 검색서비스 시장의 45%를 차지해 야후(23%) MSN을 멀찌감치 따돌리고 절대 강자로 군림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상장했는데 현재 기업가치가 1210억달러로 MS,IBM,인텔에 이어 미국 IT업계 4위에 올라있다. 아마존닷컴과 합병해 '구글존'이라는 최강의 인터넷통합서비스 업체가 되려는 전략을 짜고 있다는 소문이 돌 정도다. 구글의 '폭발적인 성장' 배경도 바로 고객이다. 구글은 검색엔진이다. 다른 업체들이 백화점식 서비스를 벌일 때 이 한 분야만 파왔다. 구글 고객이 원하는 것은 가장 정확한 정보를 가장 빠르게 찾는 것. 이런 고객의 요구에 방해가 되는 배너광고,링크 같은 것은 과감하게 줄이거나 없앴다. 이런 결과 얻은 것이 바로 평균 0.5초밖에 걸리지 않는 검색속도이다. 빠르고 쉬우니까 사람이 몰리고,몰리니까 더 몰리고,결국 네트워크의 중심으로 떠오른 것이다. 그래서 광고매출로만 올해 61억달러를 예상하고 있다. 구글의 이런 집중은 철저한 고객지향성의 결과다. 고객과 관련이 없는 것이면 별로 상관하지 않는 태도,그리고 고객에게 통하면 새로운 장을 열 수 있다는 믿음이었던 것이다. 우리가 구글의 성과에서 배워야 할 것도 바로 이것이다. 업계의 법칙대로 가느냐,아니면 고객이 원하는대로 가느냐의 선택에서 많은 기업들이 과거의 관행과 현재의 사업범위에 안주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거창한 혁신이 부담스럽다면 우선 고객에게 주는 가치를 중심으로 사업을 반성해보는 것도 방법이다. 우리가 관행적으로 해오는 것 중에 고객에게 주는 가치가 전혀 없어서 제거해버릴 것은 없는지, 별로 가치를 주는 것이 없어서 줄여도 될 것은 없는지를 체크해보라. 반대로 이 정도면 됐다고 믿어온 것 중에 더 늘려줄 수 있는 것은 없을까,한번도 제공되지 않은 것 중에 새롭게 창조할 것은 없는지도 고민해야 한다. 많은 이들이 구글이 새롭게 벌일 일들에 대해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중요한 것은 지금까지의 태도를 어떻게 견지하는 것이냐일 것이다. 한국에 법인을 세울 예정인 구글이 까다롭기로 소문난 IT마니아 한국인들의 마음을 어떻게 잡을지 주목된다. 한경 가치혁신연구소장 yskw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