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계 사람들] 송호 골프디자인그룹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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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설계가들은 보기플레이를 하겠다는 골퍼를 환영합니다.그러나 '싱글'을 하겠다고 달려드는 사람에게는 반드시 댓가를 요구합니다."
비전힐스 프리스틴밸리 남촌 부산아시아드 엘리시안CC 등의 골프장을 설계한 '송호골프디자인그룹'의 송호 사장(49)은 고수들에게는 어렵게,보기플레이어들에게는 쉽게 코스를 만든다고 말했다.
"잘치는 사람이나 못치는 사람이나 같이 골프를 즐길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지요. 프로와 고수들의 티샷이 떨어지는 곳에는 벙커나 위험지역을 많이 두지만 보기플레이어들이 볼을 떨구는 곳에는 위험요소를 배제합니다."
그는 코스를 공략할 때 설계자의 의도를 잘 파악하라고 조언한다.
코스만 잘 파악하면 '하수'가 '고수'를 이길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지름길로 가려고 하면 위험을 안게 됩니다. 그러나 도전에 성공했을 때는 반드시 보상을 받게 되지요. 설계자들은 이러한 모험을 걸만한 곳을 9개홀 중 1∼2개 정도 두고 있습니다. 승부는 그곳에서 걸어야 합니다. 하지만 '2온'하기가 쉬운 홀에서는 그린을 어렵게 한다든지,그린주변 벙커에 잘 빠지게 한다든지 핸디캡을 두고 있다는 것도 감안해야 합니다. 대신 파4홀에서 '3온2퍼팅'을 하겠다는 사람은 쉽게 이를 달성할 수 있도록 해놓습니다."
그는 또 설계자들은 그린마다 '컵존(cup zone)'을 4개 정도 만들어 놓는다고 밝혔다.
컵존은 보통 6야드 정도 되는데 볼이 그 안에 들어오면 버디 시도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골프대회 중계에서 티샷이 페어웨이 한 가운데로 잘 갔다는 말을 자주 듣는데 이는 잘못된 말입니다. 잘 친 티샷은 세컨드샷을 하기 좋은 곳으로 보내는 것입니다. 또 세컨드샷은 퍼팅하기 좋은 곳에 떨궈야지요. 이런 묘미를 알아야 골프가 더욱 재미있어집니다."
송 사장은 골프코스를 지나치게 어렵게 해서는 안 된다는 지론도 갖고 있다.
대부분의 골퍼들은 부담 없이 샷을 할 수 있는 코스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저는 모든 홀의 드라이버샷을 치기 편하게 해줘야 좋은 코스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아마추어들이 골프를 즐길 수 있거든요. 사실 티샷을 실수하면 만회하기가 불가능합니다. 티잉그라운드에 서면 홀을 보이게 해 주는 게 좋습니다. 이는 골퍼 스스로 모든 것을 판단하도록 해줘야 한다는 뜻도 담고 있지요."
송 사장은 코스설계자가 골프를 못치면 안 된다는 생각에 입문 이후 3년간 단 하루도 거르지 않고 연습해 지금은 핸디캡 8을 유지하고 있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