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4일자) 양보없는 전자전쟁 주도권 지키려면
입력
수정
세계 최대 반도체 회사인 인텔과 세계 3위 D램 업체인 마이크론테크놀로지가 메모리 반도체의 새 수익원으로 떠오른 낸드플래시 생산을 위한 합작회사를 설립키로 했다는 소식이다. 현재 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삼성전자 등 국내업체들로선 주가가 영향을 받은 데서도 알 수 있듯 새로운 경쟁자를 만난 셈이다. 최근 삼성전자가 인텔의 텃밭이라고 할 시스템LSI(비메모리)를 차세대 성장엔진으로 삼겠다고 한 것과 관련,인텔의 응전이 시작됐다는 분석도 있고 보면 세계 반도체기업들 간의 경쟁은 물고 물리는 전면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고 해도 과언(過言)이 아닐 것 같다.
낸드플래시 메모리 반도체의 빠른 성장은 이를 사용하는 MP3플레이어,디지털 카메라,복합기능 휴대폰 등 디지털 기기의 판매량이 크게 증가한 데 따른 것이다. 자연히 대형 거래선을 둘러싼 반도체 업체 간 경쟁 또한 더욱 치열해질 것은 뻔한 이치다. 세계 최대 MP3플레이어 업체인 애플이 삼성전자 하이닉스 외에 이번 인텔과 마이크론의 합작사와도 낸드플래시 메모리 장기 공급계약을 맺었다는 것은 그런 점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향후 반도체 공급업체와 구매업체 간 역학관계에도 미묘한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지금 반도체 분야에서만 이와 같은 격랑(激浪)이 일고 있는 게 아니다. 디지털TV,LCD,휴대폰 등 디지털 전자산업 전반에 걸쳐 기존 강자를 뒤엎고 새로운 강자가 등장하는가 하면 또 다른 추격전이 벌어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적과 동지를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기업들간 합종연횡이 펼쳐지는 등 한마디로 글로벌 전자대전이라고 할 만하다. 우리 업체들이 지금 이들 분야를 주도하고 있다고 해서 결코 안심할 수 없는 상황임이 분명하다.
성공은 똑 같은 방법으로 되풀이되지 않는다는 격언이 있다. 끊임없는 혁신으로 경쟁력을 갖추어 나갈 때만이 승자로 남을 수 있다. 우리 기업들의 과감한 기술개발과 투자는 그런 점에서 절실하다.
때마침 정부가 디지털 전자산업 비전을 내놓았다. 2015년에 수출 3000억달러를 달성하는 등 현재 7.1%인 세계시장 점유율을 14%로 늘리겠다는 것이다. 정부와 기업이 머리를 맞대 지혜를 모으고,각종 규제나 반기업 정서 등이 세계시장에서 경쟁하는 기업들의 발목을 잡는 그런 일들만 없다면 비전을 달성 못할 것도 없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