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뒷북치는 구미시

"행정중심복합도시가 완공되는 2012년 이전에 수도권 공장의 신ㆍ증설을 허용하는 것은 지방을 죽이는 일이다." 대구ㆍ경북지역 국가균형발전위원 등 혁신ㆍ분권 관련 단체 대표 4명은 지난 21일 대구시청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지난 4일 수도권 신ㆍ증설 허용 정책이 발표된 이후 20여일 동안 갈수록 고조되는 구미 등 지방도시들의 반대여론을 의식한 탓인지 산자부는 23일 수도권 공장 신ㆍ증설을 원칙적으로 제한한다고 약속했다. 내년 7700억원,2007년 7300억원을 구미 지역에 투자한다는 LG그룹의 투자 약속도 이날 함께 발표됐다. 파주에 대한 LG의 대규모 투자계획이 나온 뒤 구미에서는 지역경제 위축론이 대두되면서 김관용 구미시장과 구미시의회가 LG필립스LCD의 구미 4공단 입주를 반대, LG가 어쩔 수 없이 파주로 갔다는 소문이 확산됐다. 상당수 구미시민들은 여기에 공감하고 있다. 이 같은 '구미 책임론'에 대해 당사자는 강력 반박하고 있다. 구미상의의 K모씨는 "구미공단 4단지를 조성하던 수자원공사에 요구해 땅값까지 내려줬다. LG가 땅값이 더 비싼 파주로 갔는데 이런 소문이 왜 났는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 시장도 "수자원공사에서 결정한 일"이라며 "힘없는 지방정부가 책임을 뒤집어쓰는 꼴"이라며 펄펄 뛰고 있다. 그러나 김 시장과 구미시의회 등이 투자 확대에 나서려는 LG측에 대해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던 것만은 숨길 수 없다. 구미만 해도 대기업 공장들이 많다 보니 행정기관들이 '규제기관'으로 행세하는 경우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구미시는 대기업의 핵심인력들이 살수 있는 각종 시설 개발에 얼마나 노력했는지도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시민단체들의 눈치나 보면서 미온적으로 대응해서는 일자리 창출이란 과제를 해결할 수가 없다. 이번 사태가 기업들이 자신이 원하는 지역에서 사업을 할 수 있고 지방도 지자체 책임하에 공생할 수 있는 방안은 없는지 다시한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신경원 사회부 기자 shi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