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1ㆍ2ㆍ3 운동'

학교선생님을 믿지 않고,학원에서 과외받고,교사와 학원강사를 비교하고,학생 스스로가 '나는 입시기계'라고 생각하는 현실을 두고 흔히들 '공교육의 위기'라고 말한다. 오죽하면 스승의 날 학교문을 닫아야 할 지경이겠는가. 선생님과 학생,학부모 간의 불신은 이미 도를 넘어선 느낌이다. 공교육의 위기는 어디에서 비롯되고 있는가. 일선 교육현장을 들여다보면 금세 짐작이 간다. 많은 학생들은 수업 자체를 따분하고 지루하게 생각한다. 이들은 읽고 쓰는 세대가 아닌 보고 듣는 세대여서 즐겁고 재미있는 수업방식을 원한다. 그러나 교육 프로그램은 여전히 고답적인 주입식 위주로 짜여져 있다. 게다가 인격도야나 시민의식의 고양,자기계발 등은 아예 뒷전으로 밀려나 있다. 이렇듯 간극이 큰 까닭에 교사와 학생이 인격적인 관계를 맺기는 애당초 어렵게 돼 있다. 모두가 입시에 쫓겨 고득점을 향해 달려가는 와중에 시골의 한 중학교가 차별화된 교육프로그램을 도입해 학생과 학부모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는 소식이다. 서해 천수만에 인접한 부석중학교가 학생들의 학력과 사회 적응능력을 키워주기 위해 벌이는 '1ㆍ2ㆍ3운동'이 바로 그것이다. 이 운동은 다름아닌 재학중 '한 가지 이상 운동 특기 갖기''두 가지 이상 자격증 취득''세 가지 이상 표창받기'다. 이 같은 특성화 교육덕에 학생들은 자신감에 차 있고 선생님들 역시 보람을 느끼고 있다고 한다. 교육은 인간의 소질과 심성을 잘 가꾸게 해서 스스로 의지력과 적응력을 키워주는 것이라고 하는데,이런 측면에서 '1ㆍ2ㆍ3운동'에 대한 기대가 커지는 것 같다. 교실붕괴 학력저하 교권추락 등으로 공교육이 문제되는 시점에서,이를 해결할 방법은 뭐니뭐니 해도 선생님들이 '열정'을 갖도록 하는 것일 게다. 농아였던 헬렌 켈러를 위인으로 만든 사람은 설리번 선생님이었다. 그는 50년이란 긴 세월 동안 한시도 헬렌 켈러 곁을 떠나지 않았다. 아직도 우리 학부모는 물론 아이들도 선생님에 대한 강한 미련을 갖고 있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