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블링크'가 당신 운명을 바꾼다

올해 흥행에 성공한 영화로 '말아톤''웰컴투 동막골''가문의 위기' 등이 있다. 이들 영화는 모두 오리온그룹의 투자로 만들어 졌다. 어떻게 대박 날 영화를 그렇게 잘 고를 수 있었을까? 이 그룹의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맡은 이화경 사장의 '블링크'(blink)가 그 답이다. 그녀는 투자할 영화의 가편집 필름을 10분만 보면 그것이 대박일지 아닐지를 알아낼 수 있다고 한다. 10분만 보아도 영화의 흥행성을 판단할 수 있는 순간적인 감각이 성공의 비결인 것이다. 비슷한 예는 또 있다. 환상적인 칩샷을 자랑하는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그에게 칩샷 요령을 누가 물었다. 그의 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특별한 공식은 없어요. 그립을 잡을 때 '감각'과 '편안함'이 느껴지면 되어요." 실제로 '느낌이 맞으면 성공한다'. 영화의 흥행이든 골프의 칩샷이든 순간적인 판단이나 느낌이 운명을 결정짓는다. 그런데 이런 능력은 도대체 무엇이며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최근에 출간된 말콤 글래드웰의 '블링크-첫 2초의 힘'(21세기북스)은 바로 이 질문에 답을 준다. 이 책은 우리가 알지 못했던 첫 느낌,순간적인 판단의 힘이 무엇이며 어떻게 나타나는가,심지어 이것이 어떤 성공과 오류를 범하며,또 우리는 이런 능력을 어떻게 키울 수 있는지에 관한 책이다. 저자는 어떤 상황이나 문제에 대한 답은 처음 접하는 2초 이내의 순간적인 판단이나 느낌에 본질이 담겨있다고 한다. 이 순간의 판단은 보통 말하는 통찰 혹은 '감'과도 비슷하다. 하지만 그냥 생겨난 것이 아니라 축적된 전문 지식과 경험의 결정판이다. 결코 비이성적이거나 충동적이지 않으며 차라리 인간 의사결정의 정수(精髓)다. 이렇게 볼 때 삼성의 이건희 회장과 이학수 부회장,강우석 감독,축구의 차범근 감독 등도 블링크 능력이 탁월한 CEO다. 순간적인 판단 능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곳은 기업이다. CEO뿐 아니라 중간 관리자,아니 실무 직원 모두 키워야하는 전략적 능력이다. 급변하는 시장 상황에 맞추어 전략을 과감하게 조정할 수 있는 마케터,속사포 쏘듯 순간순간의 결정을 내려야하는 증권맨이나 외환중개인,잠재고객을 한눈에 알아내야 하는 세일즈맨,순간의 선택이 타인의 생사를 좌우하는 경찰과 소방요원 등 모두가 순간의 선택을 통해 운명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이다. 말콤 글래드웰은 누구나 순간의 판단력,즉 블링크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한다. 물론 이것을 잘할 수 있는 첫 단계는 경험과 전문 지식을 쌓는 것이다. 두 번째 단계는 순간 판단을 방해하는 편견을 버리는 것이다. 경험과 전문 지식이 체화되지 못한다면 그것은 또 다른 편견을 야기하는 방해물이 된다. 전문적 경험과 지식을 쌓고 또 다시 이것으로부터 자유로워진 마음에서 생겨나는 '순간의 판단'이 바로 블링크이자 기(氣)가 충만한 순간이다. 이 순간은 바로 기회를 만들어내고 성공을 이루는 순간이다. 블링크,이 놀라운 능력을 잘 활용하면 우리는 더 나은 세상을 살 수 있을 것이다. 황상민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 swhang@yonsei.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