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2주택자 "안팔아"...강북은 "안팔려"

"가격이 다시 꿈틀거리는데 누가 팔겠어요.또 매각할 경우 세금부담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차라리 보유하면서 상황이 달라질 때까지 기다려보겠다는 다주택자들이 더 많아요."(강남 A중개업소 관계자)


"양도세 중과는 물론 당장 내년부터 적용되는 실거래가 과세를 피하기 위해 매각을 원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아요. 하지만 매수세가 없어 거래는 구경하기 힘듭니다."(강북 B중개업소 관계자)


'8·31 부동산종합대책'에서 투기이익환수를 위해 도입키로 한 1가구2주택자 양도세 중과조치가 당초 의도했던 것과는 다른 영향을 시장에 미치고 있다.


급격한 매물홍수를 유도해 강남권 집값 하락을 의도했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오히려 매물을 사라지게 해 호가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반면 강북권의 대부분 지역에서는 팔고 싶어도 거래가 '올스톱'되는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



◆강남권 다주택자들 '안판다'
강남권 등에서는 다주택자들의 급매물이 정부 기대만큼 쏟아져 나오지 않고 있다.


1가구2주택자에 대한 양도세율 50% 중과가 2007년부터 시행될 예정이지만 '팔지 않겠다'는 분위기가 굳어지고 있다.


개포동 C공인 관계자는 "급매물 처분을 하느니 차라리 증여나 상속을 하겠다는 사람들이 많다"며"세금 중과를 개의치 않는 사람들도 상당수"라고 말했다.
대치동 D공인 관계자는 "8·31대책 후속입법이 지연되면서 정책이 또 다시 바뀔지 모른다며 정책 자체를 불신하는 사람들도 많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8·31대책 발표 직후에 나온 소량의 급매물이 소화된 이후 더 이상 급매물이 나오지 않고 있다.


최근엔 일부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매수세가 살아나면서 8·31대책 직전의 시세를 회복하는 단지가 속출하고 있다.


압구정동 E공인 관계자는 "다주택자들의 매물로 집값을 안정시키겠다는 애초의 정부의도와는 달리 오히려 매물 부족 현상이 나타나면서 호가를 올리고 있는 양상"이라고 강조했다.


주택거래도 늘고 있다. 강남구의 아파트 거래건수는 9월 89건,10월 170건에서 이달에는 281건으로 급증했다.


송파구도 지난 9월 78건에서 이달에는 163건으로 증가했다.



◆강북권 팔고 싶어도 '못판다'


반면 강북권에서 두 채를 보유한 다주택자들은 속앓이가 깊어지고 있다.


당장 내년부터 시행되는 실거래가 과세를 피하기 위해 한 채라도 처분을 원하지만 팔리지 않기 때문이다.


성북동 F공인 관계자는 "강남권에서는 시장 상황을 개의치 않겠다는 수요가 있지만 강북권은 사정이 다르다"고 말했다.


결국 강북권 다주택자들은 유예 기간인 내년 중에 '정부가 어떤 조치를 취해주지 않겠느냐'는 막연한 기대에 의존하고 있다.


만약 내년에도 다주택자를 벗어나지 못해 양도세를 중과당하면 빚 내서 세금 내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이 과정에서도 집값은 계속해서 약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강북권에는 실수요 목적의 일시적 다주택자들이 상대적으로 많다"며 "이들이 '강남 집값잡기'에 따른 선의의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