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암달러 시장 "달러 빨리 팔아라" 재촉

"달러값이 더 떨어지기 전에 빨리 파시오." 중국 은행들이 고시하는 위안화 환율이 1994년 외환 시장이 개설된 이후 11년 만에 처음으로 달러당 8위안 밑으로 떨어진 지 나흘 뒤인 지난달 29일 오후 중국은행의 베이징 분행(지역본부) 앞.5~6명의 황뉴(黃牛·암달러상 속칭)가 다가와 환전할거냐고 묻기에 고개를 끄덕이자 이내 내뱉는 소리다. '금융자문'이라고 적힌 명함을 건넨 장 선생은 "은행에 가면 100달러 줘도 800위안(1위안은 약 125원)을 못 받는다"며 "802위안을 쳐주겠다"고 했다. 옆에 있던 차오 선생은 지갑 속에 든 중국은행 카드를 보여주며 "은행에 함께 들어가 위안화를 줄 테니 위폐 걱정은 하지도 말라"고 안심을 시켰다. 은행 문을 들어서자 환율 단말기에 "고객이 달러를 팔 때는 1달러에 7.9986위안,고객이 달러를 매입할 때는 8.0939위안"이라는 표시가 눈에 들어온다. 중국은행이 지난달 25일 오전에 고시했던 대고객 달러 매입환율이 1달러에 7.9997위안이었으니 더 떨어진 셈이다. 실제 상하이 외환시장에서 위안화 가치 상승 속도는 더 빨라지는 분위기다. 지난달 29일 상하이 외환시장에선 위안화 환율은 달러당 8.0796위안으로 마감됐다. 위안화 가치가 지난 7월 달러당 8.28위안에서 8.11위안으로 2.1% 절상된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것.11월 14일,23일,24일에 이어 2주 남짓 동안 4차례나 최고치를 갈아치운 것이다. 유흥업소에선 위안화 가치 상승이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 베이징의 한인타운으로 통하는 왕징에 위치한 한 가라오케의 펑 마담은 "7월에만 해도 달러당 8위안을 쳐줬지만 지금은 7.5위안으로 계산한다"고 전했다. 중국의 위안화 조기 절상 여부는 불투명하지만 위안화 가치가 오르는 게 대세라는 분위기는 곳곳에서 느낄 수 있다.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