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지배구조 개편] '방만경영' 얼마나 심하길래…

정부가 공공기관에 메스를 가하기로 한 것은 이들의 방만경영이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공감대가 폭넓게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공적 사업의 효율적 수행'이란 본질적 업무는 뒷전으로 하고 설립 목적과 무관한 각종 사업에 무분별하게 뛰어들거나 임직원의 '잇속 챙기기'에만 여념이 없다는 것이다. 정부 일각에선 공기업의 경영 실태를 살펴보는 일이 '도덕적 해이의 백화점'을 들여다보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기획예산처가 한국개발연구원(KDI)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와 함께 작성한 자료에 따르면 공기업 방만경영의 유형은 크게 두 가지 부문으로 나눠 볼 수 있다. ◆효율성 없는 내부 경영 도로공사는 휴게소 운영권을 수의계약을 통해 퇴직자 모임인 도성회에 넘겨줬다. 주택공사는 직원이 내부정보를 활용해 미분양아파트를 특혜 분양받을 수 있도록 방치하거나 사실상 도와줬다. 농업기반공사는 접대비를 펑펑 써 공기업 접대비 한도를 넘겼고,가스공사는 우리사주조합에 417억원의 자사주를 무상출연하기도 했다. 석유공사는 2002년 정부가 임금인상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한 6%의 4배인 24%를 인상하는 등 2001년 3100만원이었던 1인당 평균 임금을 3년 만에 4500만원으로 올려줬다. 기획처 관계자는 "공기업 사장이 경영 효율화보다는 임기 동안 노조 등 직원들과의 마찰을 피하는 것을 우선 과제로 삼고 있어 초래된 일"이라고 지적했다. 방만경영은 '문어발식' 사업추진으로도 나타나고 있다. 철도공사의 러시아 유전개발 참여,도로공사의 행담도 개발사업 관여 등이 대표적이다. 또 보훈복지의료공단은 버섯 판매사업에 나섰으며 인천공항공사는 골프장 운영업체에 33억원을 출연하기도 했다. ◆불어나는 분식과 적자 방만경영은 분식회계와 적자경영이란 또 다른 부작용을 낳고 있다. 감사원은 지난달 예비감사 결과 토지공사가 2000억원에 이르는 거액의 분식회계를 자행했다고 발표했다. 토지공사는 수도권 공공택지를 조성하는 과정에서 조성 원가를 실제보다 높게 산정,최근 3년간 5000억원이 넘는 막대한 차익을 챙겼다. 또 4조원에 이르는 프로젝트파이낸싱사업을 운영하면서 자회사인 5개 기업에 변칙으로 투자,수천억원대의 이익을 챙겼다. 토지공사는 땅 장사를 통해 배를 불렸다는 지적과 법인세 축소를 위해 분식회계로 이익 규모를 실제보다 2000억원이나 축소신고했다. 철도공사는 지난해 200억원을 출자해 무려 11개의 자회사를 신설했고 이 과정에서 59억원의 적자를 본 것으로 드러났다. 보훈복지의료공단은 버섯 판매사업 실패로 73억원의 손실을 입었다. 지방자치단체의 경우 제3섹터 출자법인을 무분별하게 설립,모두 38개 법인 중 76%인 29개가 만성 적자에 빠졌으며 특히 이 중 6개는 결손 누적으로 완전 자본 잠식 상태인 것으로 드러났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