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시합격자 1000명시대 "변호사 개업 자신없어요"

1일 경기도 고양시 사법연수원 강당에서 삼성그룹 취업설명회가 열렸다. 삼성그룹이 사법연수원생을 상대로 취업설명회를 열기는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다. 이날 설명회에는 최근 기업체 사내변호사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을 반영하듯 내년 1월 수료를 앞둔 예비법조인 100여명이 몰렸다. 사법연수원 관계자는 "대형 로펌의 취업설명회에도 50여명밖에 참가하지 않는다"며 놀라움을 표시했다. 유성범 삼성그룹 기업구조조정본부 변호사는 "삼성에서 일하면 판·검사로 임용되는 것 부럽지 않다"며 인재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연수원생들은 삼성의 변호사 채용계획과 채용시 고려 조건 등에 대해 꼼꼼히 물어보며 큰 관심을 나타냈다. 지난해 사법연수원 수료생 4명을 채용한 삼성은 최근 법률 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올해는 10명을 뽑아 각 계열사 법무팀에 배치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대형 로펌으로 가려는 최상위권 연수생들이 삼성으로 진로를 바꿀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연수원생 임 모씨(29)는 "기업체 취직을 희망하는 원생들이 많다"며 "삼성의 급여 인사체계 근무환경 등을 알 수 있는 유익한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연수원생 김 모씨(31)는 "기업의 사내변호사로 활동하면 전문성을 살리는 동시에 보다 큰 직업적 성취감을 느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기업이 인도로 진출하려 할 때 관련 업무를 맡게 되면 인도 법 전문가가 될 뿐만 아니라 해외시장 진출에도 일조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대기업의 경우 급여가 높다는 점도 연수원생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연수원생들은 "변호사를 개업한 선배들이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모습을 많이 봤다"며 "반면 대기업 변호사는 5000만원 이상의 연봉을 보장받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기업들도 사내변호사 채용을 늘리는 추세다. 지난해에 3명을 채용한 SK그룹은 올해 사별로 1~2명씩 뽑을 방침이다. 현대자동차 등도 법무팀 강화 차원에서 변호사를 지난해보다 많이 뽑을 예정이다. 카지노 사업을 하는 강원랜드도 이날 처음으로 취업설명회를 열어 눈길을 끌었다. 장욱 강원랜드 인사팀장은 "회사 규모가 커지면서 건설 노무 관련 부문에서 송사에 휘말리는 경우가 많아 앞으로 법무팀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강원랜드는 사내변호사에게 다른 공기업의 과장과 엇비슷한 수준의 대우를 해줄 방침이다. 김현호 사법연수원 기획교수는 "기업들이 준법경영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어 기업들로부터 접수한 채용 의뢰 규모가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며 "기업체 취직을 희망하는 연수생이 많은 것은 사시 합격자 1000명 시대에 법조 인력의 영역을 다양화한다는 차원에서도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평가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