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중앙銀, 경기회복 불투명한데 금리인상 왜?


유럽중앙은행(ECB)이 5년 만에 '금리 인상'이란 카드를 꺼낸 것은 무엇보다 현재의 물가 오름세를 방치할 경우 궁극적으로 인플레이션이 유로존 경제 회복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유로존의 기업과 정치권,심지어 노조조차도 금리 인상이 소비를 위축시켜 회복 기미를 보이고 있는 경제에 악영향을 준다는 이유로 이를 반대해왔다.
독일 프랑스를 비롯한 유로존 12개국 재무장관 모임인 유로그룹의 대표인 장 클로드 정커 룩셈부르크 재무장관은 최근 "ECB가 금리를 올리면 유로존 12개국의 경제성장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지난달 29일 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유로존은 좀더 지속적인 경제 회복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금리가 내년 가을까지 현재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ECB는 10월 소비자물가가 전년 동월 대비 2.40% 상승,마지노선으로 설정한 2% 선을 5개월 연속 웃돌고 있어 현재의 느슨한 통화정책으로는 인플레 차단이 어렵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또한 유로존의 경기가 최근 회복 기미를 보이고 있어 금리 인상 충격을 어느 정도 견뎌낼 수 있을 것이라는 상황 인식도 금리를 올린 배경으로 풀이된다.


OECD는 최근 내년도 유로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0%에서 2.1%로 상향 조정했다.


전문가들은 ECB가 일단 금리 인상에 시동을 건 만큼 추가로 금리를 올릴 것으로 보고 있지만 인상폭에 대해선 견해가 엇갈리고 있다.
이안 스튜어트 메릴린치 유럽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ECB가 금리를 지속적으로 인상,내년에 3.5%까지 올릴 것"이라고 예상한 반면 마이클 흄 리먼브러더스 이코노미스트는 "내년에 한차례 더 금리 인상을 단행,2.5%로 올리는 데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ECB의 금리 인상으로 유로화 가치가 당분간 상승세를 탈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금리 상승이 유로존의 경기 회복세를 둔화시켜 유로화 가치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는 분석 역시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증시의 경우 유로존의 금리 인상으로 유럽보다는 미국증시의 상승 여력이 더 커졌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금리 인상에 대한 평가는 몇달 후 내려지겠지만 장 클로드 트리셰 ECB 총재의 명성에 오점을 남길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신동열 기자 shin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