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빅뱅] 증권사 키워야 금융이 산다


2005년이 주가가 사상 처음 1300선을 넘은 해라면 2006년은 증권산업 빅뱅의 원년으로 기록될 것이다.


내년은 은행 중심의 한국 금융산업 지도가 개인금융 중심의 상업은행(Commercial Bank)과,기업금융 중심의 투자은행(Investment Bank)으로 양분되기 시작하는 첫 해가 된다.
'증권 빅뱅'의 기틀은 정부가 발표한 '자본시장통합법'에서 마련됐다.


내년부터 시행될 이 법은 증권 자산운용 선물 신탁 등의 업무영역을 터주는 것을 골자로 하는 등 자본시장에 핵폭탄급 위력을 갖고 있다.


미국은 이미 지난 1933년 글래스-스티걸법을 제정,골드만삭스 등이 세계적 투자은행으로 클 수 있도록 만들었다.
영국의 세계 금융허브 도약도 20년 전인 1986년 금융투자서비스 관련법을 통합한 데서 출발한다.


하지만 투자은행 변신의 선봉역을 맡을 우리 증권사의 경쟁력은 세계적 투자은행은 물론 국내 은행들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열악하다.


이는 한국경제신문이 국내 25개 증권사와 22개 자산운용사,5개 선물회사 등 52개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76.9%가 국내 증권사 경쟁력을 60점 이하(세계적 투자은행 100점 기준)라고 응답한 데서도 잘 드러난다.
국내 증권업의 이 같은 낮은 경쟁력은 증시가 기업들의 자금 조달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자본시장 기능 약화로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에 등록된 증권사는 41개로 은행(농·수협 포함 19개)의 두 배를 넘지만 지난 상반기 영업이익은 1조989억원으로 은행권(3조2115억원)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골드만삭스 한곳이 1~3분기 동안 벌어들인 39억9000만달러(약 4조1432억원)와 견줘서는 그야말로 '새 발의 피'다.
국내 대기업이 해외에서 증권을 발행할 때나,진로 등 부실 기업을 매각할 때도 주간사는 모두 외국계 투자은행 몫이다.


골드만삭스는 진로와 대한통운 인수·합병(M&A)건만으로 1조6000억원(평가차익 포함)을 벌어들였다.


증권 빅뱅은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선물회사 간 M&A 등의 방식으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설문조사 결과 59.6%가 자본시장통합법 제정 후인 2007~2008년에 본격적으로 합종연횡이 이뤄질 것이라고 응답했다.


증권사 중 '빅5'는 대형 투자은행으로 변신하고 중소형사는 위탁매매나 자산운용 등 전문화의 길을 걸을 것으로 전망했다.


증권 빅뱅은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요구한다.


은행의 경우 외환위기 당시 33개였던 것이 지금은 절반으로 줄었다.


그 결과 이제 웬만한 시중은행의 경우 조 단위의 순이익을 내는 곳으로 환골탈태했다.


증권사들도 구조조정을 끝마치는 2010년쯤이면 경쟁력있는 투자은행으로 변신할 것이다.


황건호 증권업협회 회장은 "자본시장통합법 제정으로 이제 동북아 금융허브를 향한 첫 단추가 채워지는 셈"이라며 "증권사들의 자발적 구조조정을 유도할 수 있는 인센티브도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자본시장이 튼튼해야 실물경제도 건전해진다.
한경이 '자본시장 새 틀을 짜자' 시리즈를 시작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강현철 기자 hc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