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데스크] 은행원 더 뽑으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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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동인
30대 초반 직장인들의 꿈은 무엇일까.
과거엔 CEO(최고경영자)같은 사회적 성공이 대부분의 포부였다.
하지만 요즘은 좀 다른 것 같다.
40살이 되기 전에 10억원을 모으겠다는 꿈이 많다.
20대로 내려가면 10억원 달성 목표 나이가 30살로 내려오거나 금액이 20억원으로 올라간다.
우리 사회에 '10억원 만들기'열풍이 좀처럼 식지 않는 배경 아닌가 싶다.
은행원처럼 돈을 다루는 금융회사 직원들의 생각도 다르지 않다.
40살까지 평생 먹고 살 돈을 벌어 요트 타며 여생을 즐기겠다는 '월스트리트식 사고방식'이다.
그러나 10억원 벌기가 어디 말처럼 쉬운 일인가.
돈을 벌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스스로를 마치 실패한 인생으로 여기지나 않을까 우려된다.
더욱 걱정인 것은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 한탕주의가 동원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사실 돈을 만지는 은행원들이 그런 마음을 먹으면 언제든지 가능할 수도 있다.
실제 요즘 금융권에서는 그런 현상이 두드러진다.
과거에는 금융사고가 임원이나 지점장 등 '윗선'에서 많이 발생했으나 지금은 대리 차장같은 '아래'에서 많이 일어난다.
금융시스템이 빠르게 IT화 하는 것도 IT문화에 익숙한 젊은 층을 유혹한다.
금융사고의 유형이 자기가 일하는 지점의 돈을 횡령하는 수준에서 IT를 이용해 본점 금고까지 유린하는 첨단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건당 사고금액이 급격히 커지는 것도 같은 이유로 볼 수 있다.
물론 사고를 막으려는 금융회사들의 노력도 한층 강화되고 있다.
고객이나 직원들의 내부 인터넷망 접근을 까다롭게 하는 것은 기본이다.
최근들어선 외국 회사들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내부 통제 조직을 늘리고 있다.
국민은행이 지점 검사업무만 맡는 인력을 200명 새로 뽑았고,외환은행은 내부 비리를 외부 옴부즈맨에게 고발하는 신문고제도를 도입했다.
'인재보다는 인간'을 뽑는 노력도 병행되고 있다.
인성이 뛰어난 직원들이 영업도 잘하고 사고에 연루되지 않는다는 판단에서다.
무려 8차례에 걸친 심층 면접을 통해 정직하고 도덕적인 직원을 찾겠다는 우리은행이 대표적인 사례다.
금융회사들의 이 같은 움직임은 매우 고무적이며 또 앞으로 더욱 확산돼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생각해 볼 문제는 잦은 사고의 원인이 과도한 구조조정에 있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점이다.
금융사고가 터질 때마다 매번 조직내 '더블 체크 시스템'의 부재가 문제되지만 이는 절대 인원을 늘리지 않고는 결코 해결할 수 없는 사안이다.
결국 금융 사고를 막는 대안도 인적 자원의 문제로 귀결된다.
금융회사 CEO들은 이제 더 이상 구조조정에만 매달려선 안된다.
적정 인원을 뽑아,능력있고 윤리적인 금융인으로 육성하는데 좀 더 노력해야 한다.
임원들을 '1년 임기의 임시직원'으로 만들어 실적 경쟁을 유도하는 것이 꼭 필요한지도 다시 생각해 볼 일이다.
이익극대화도 좋지만 발달된 IT기술과 황금만능주의가 잘못 만날 경우 막대한 이익이 한방에 날아갈 수도 있다는 점을 잘 새겨야 한다.
집안의 기초다지기는 소홀히 한 채 외부 경쟁에만 치중하다 고객들까지 큰 피해를 입도록 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