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F 도입 1년 '속빈 강정' ‥ 일부 PEF는 개점휴업 상태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에서 '한국판 론스타'를 키우기 위해 도입된 사모투자전문회사(PEF)가 6일로 도입 1년을 맞는다.


하지만 PEF 역할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가는 한마디로 '외화내빈'으로 요약된다.
PEF 숫자와 규모는 늘고 있지만 실제 투자 성과는 미미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토종 PEF를 활성화할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속빈 강정인 PEF
5일 현재 금융감독원에 등록된 국내 PEF는 총 14개,출자약정액 기준으로 2조8610억원에 이른다.


변양호 전 금융정보분석원장이 이끄는 '보고' PEF(출자약정액 5110억원)를 비롯해 칸서스자산운용의 '칸서스1호'(3900억원),김병주 전 칼라일그룹 아시아회장이 주도하는 'MBK파트너스'(3750억원),국민연금이 출자한 'H&Q국민연금1호'(3000억원) 등 3000억원대 이상 PEF만 6개에 달한다.


여기다 우리금융지주 계열의 우리프라이빗에퀴티가 7000억원 규모의 PEF 출범을 준비하고 있어 조만간 PEF 3조원 시대가 열릴 전망이다.
그러나 속사정은 영 딴판이다. 출자약정액 가운데 실제 출자이행액은 12.3%인 3516억원에 그친다.


금감원 관계자는 "돈을 내겠다고 약속한 뒤 돈을 내지 않는 곳이 많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또 실제 투자가 이뤄진 사례도 산업은행이 운용하는 'KDB제1호'의 하이트맥주컨소시엄 투자(1000억원) 등 불과 몇 건에 불과하다.
벌써 문을 닫는 PEF도 나오고 있다.


우리은행의 '우리제1호'는 우방 인수 당시 편법대출 논란끝에 지난 9월 해산했다.


또 진로와 에스지위카스(옛 세계물산) 인수에 실패한 '칸서스1호'와 '데본셔'도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운용 성과 없고 매물도 부족


PEF가 표류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이렇다할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은행권 PEF 관계자는 "대부분 PEF가 별다른 '트랙 레코드'(운용 성과)를 쌓지 못하고 있다"며 "그렇다 보니 PEF에 대한 불신이 커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매물이 없다는 점도 한 요인이다.


쓸만한 매물은 외환위기 때 외국계 자본이 대부분 거둬간 데다 남은 매물도 최근 주가 상승으로 가격이 급등했다는 것이다.


실제 M&A 시장의 최대어로 꼽히는 대우건설과 하이닉스반도체 등의 경우 현재 시가총액은 올해 초보다 두 배가량 뛰었다.


장기 자금이 부족한 것도 문제다.
김형태 증권연구원 부원장은 "투자기간이 5~7년에 달하는 PEF가 성공하려면 생명보험이나 연기금 등 장기 자금의 참여가 필수적이지만 국내에선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며 "정부가 장기투자를 가로막는 제도적 걸림돌을 풀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