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교역 급증 .. 불법 환치기도 '극성'

한국과 중국 간의 교역액이 올해 10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될 만큼 급증하면서 은행계좌상으로 돈을 주고받아 빼돌리는 원·위안화 환치기가 성행하고 있다. 6일 중국 일간지 신경보는 산둥성과 랴오닝성 등 환발해만 지역에서 원·위안화 환치기로 당국에 적발된 규모가 올들어 40억위안(약 5000억원,1위안은 약 125원 기준)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이들 환치기 사건에는 대부분 한국인이나 한국기업이 개입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신경보는 전했다. ◆늘어나는 환치기 신경보는 베이징의 한인타운으로 불리는 왕징에서 한국회사 간판을 단 환치기상의 단골고객인 조선족 박모씨의 사례를 들고 있다. 한국에 친척을 둔 그는 왕징의 환치기상에게 전화를 걸어 환치기 상이 개설한 한·중 양국의 은행 계좌번호를 얻는다. 그가 중국의 은행계좌에 8만9000위안을 입금한 지 불과 30분 뒤 한국에 있는 그의 친척은 자신의 은행계좌에 입금된 1000만원을 인출할 수 있었다고 한다. 양국 은행계좌를 통해 돈이 국경을 넘나드는 환치기는 미국 등에서 성행했지만 한·중 간의 무역이나 왕래가 급증하면서 중국에서도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이다. 신경보는 칭다오에 사는 한국인 김모씨는 이런 식의 환치기 영업을 하다가 작년 말에 붙잡혀 중국 내에서 불법 외환거래로 적발된 첫 외국인이 됐다고 전했다. 김씨의 환치기 규모는 4억4000만위안에 달했다. 지난 11월 중순엔 선양시 경찰이 올 들어 한국인을 주요 타깃으로 한 3건의 환치기 사건을 적발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지난 6월 적발된 단둥지역의 환치기까지 포함하면 올 들어 랴오닝성 1개 성에서만 원화 환치기로 적발된 규모가 30억위안에 이른다고 신경보가 전했다. ◆왜 성행하나 이성호 금융감독원 베이징사무소장은 "중국에서 주택을 구입하는 등의 자금수요가 있으나 송금 수수료나 시간을 절약하기위해 환치기를 시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신경보는 외국의 불법자금이 중국에 투자하는 식으로 돈 세탁을 하는 게 불법 외환거래가 늘어나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중국은행 베이징지역본부 관계자는 "한국에서 국세청에 통보하지 않고 해외로 송금할 수 있는 외화한도가 1만달러로 제한된 데다 송금 절차가 번거롭고 비용이 추가돼 원·위안화 직거래 수요가 생겨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경보는 한국의 인터넷게임이 중국에서 인기를 끌면서 한국인 유학생 김모씨가 중국인 네티즌들로부터 '게임 머니'를 사들인 뒤 이를 한국에 되파는 사업을 하는 과정에서도 환치기 수법을 이용했다고 전했다. 중국이 최근 발표한 '돈세탁 방지보고서 2004년'에 따르면 중국으로 유입된 20만위안 상당의 개인 외환자금의 유입지를 국가별로 볼때 한국이 5번째로 많았다. 거액이 중국에서 빠져나간 지역으로도 한국은 4위를 차지했다. 지난 11월 재경부 산하 금융정보분석원과 인민은행 산하의 금융정보분석기구가 자금 세탁 정보 교환을 위한 양해각서를 교환한 것도 이 같은 배경 때문이라고 신경보는 지적했다.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