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데스크] '용두사미' 자영업 대책

서울 강남역 상권은 프랜차이즈 본사 사장들이 가장 탐을 내는 곳이다. 다양한 취향의 젊은이들이 몰려드는 이 상권에서 성공하면 이를 모델로 다른 지역에서 쉽게 사업을 확산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돈을 좀 모은 자영업자들에게도 이 상권에 들어가 보는 게 꿈이다. 강남대로를 경계선으로 동서로 나뉜 이 상권은 현재 권리금이 10평 기준으로 최소한 2억원을 넘기 때문에 웬만한 자금력이 없으면 들어가기도 힘들다. 매장규모가 30평을 넘으면 권리금이 5억원선으로 치솟는다는 게 점포개발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문제는 돈이 있어도 매물로 나오는 가게가 없다는 점이다. 1985년 이후 형성되기 시작한 이곳은 거의 새 건물 위주여서 점포가 자리잡을 곳은 꽉 들어찼다. 새 건물을 지을 땅도 바닥났다. 그럴 듯한 모델숍을 여기에 내고 싶어하는 프랜차이즈 본사 사장들이 가게 찾기에 혈안이 된 이유다. 이런 강남역 상권이 중소기업청 산하 소상공인지원센터가 최근 내놓은 상권분석 정보에 따르면 서울 영등포역이나 잠실역 상권에 비해 업종밀집도가 아주 낮은 곳으로 돼 있다. 서울 평균 업종 밀집도를 100으로 볼 때 영등포역 상권은 89.5~135.9인데 비해 강남역 상권은 63~83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지수가 낮다면 장사할 여지가 많다는 것인데,현실은 그렇지 않다. 지표경기와 체감경기가 다른 만큼이나 괴리가 느껴진다. 지난 5월31일 중소기업특별위원회는 산업자원부 보건복지부 등 6개 부처가 공동으로 마련한 자영업자 대책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자영업 시장에 과도하게 밀려 들어오는 신규 진입자를 막기 위해 제과업이나 음식숙박업 등에 자격증제를 도입하고 경쟁력 없는 가게는 컨설팅을 통해 전업이나 재취업을 유도한다는 게 골자다. 부실 창업을 막기 위한 상권정보 제공 방안도 물론 포함됐다. 그로부터 7개월이 지난 지금,자영업 대책은 무기력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신규 진입을 제한하려는 자격증 제도는 흐지부지 돼버린 지 오래고,부실 점포 컨설팅은 명맥만 이어가고 있다. 컨설팅에 참여하는 창업 컨설턴트들은 한목소리다. "일단 한 점포를 맡으면 최소한 3회 이상 컨설팅하고 보고서가 심사를 통과해야 돈이 나온다. 그런데 실제로 6~7회는 만나 봐야 실상을 제대로 파악해 조언을 해줄 수 있는데,그러자면 여간한 시간과 발품이 들지 않는다. 점포당 컨설팅 수수료가 고작 50만원밖에 안 나오는데 누가 그런 일을 하겠는가. 1시간만 강의해도 그 이상 벌 수 있는 세상에." 요컨대 정부 정책에 손발을 맞춰줄 제대로 된 컨설턴트를 찾기 어렵다는 얘기다. 왜 이렇게 된 걸까. 묘책이 나오기 힘든 대책을 급하게 포장해 내놨기 때문이다. '자영업자 대책'은 '샐러리맨 대책'이나 '주부 대책'을 내놓겠다는 것 만큼이나 해법을 찾기 어렵다는 게 창업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진정한 자영업자 대책은 경제를 살리는 것 뿐이다. 기업이나 개인의 지갑을 살찌워 그 돈이 자영업 시장으로 흘러들어 가도록 해주는 게 정답이다. 대책 남발은 스스로 '비대한 정부'임을 외치는 고백이 될 수 있다. 강창동 유통전문기자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