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성장엔진 수출에서 내수로?

'아시아 경제가 자체적인 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있을까?'


수출주도형 성장전략을 취해온 아시아 각국이 내년 미국과 유럽의 소비시장 위축에도 계속 성장세를 유지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6일 보도했다.

수출 감소에 직면한 아시아 경제가 역내 내수시장과 상호투자를 동력으로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을지 시험대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미국 소비위축 불가피
WSJ는 대부분의 아시아 국가들이 값싼 노동력에 기반해 선진 각국에 상품을 수출하는 식으로 손쉽게 발전해왔다고 지적했다.


수출이 크게 늘어나면 세계 최고의 성장률을 기록하지만 선진국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으면 다시 위축되는 시스템이었다.


문제는 고유가와 고금리의 여파로 내년 미국 유럽 등 주요 시장의 수입 수요가 줄어들 것이란 점이다.
모건스탠리의 유명 이코노미스트인 스티븐 로치는 "세계는 중국의 생산자와 미국 소비자들로 성장하고 있다"며 "지금 약한 고리는 미국 소비자들"이라고 말했다.


◆아시아 시장도 적지않다


이런 상황에서도 아시아 경제에 대한 낙관론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수출시장이 위축되더라도 아시아 역내 수요와 경제활동에 힘입어 성장을 지속할 수 있다는 견해다.


일본 경제가 회복세를 유지하고 한국 중국 인도 등의 내수시장도 활성화됐다는 점이 근거다.


내년 중국과 인도 경제는 올해보다 성장률이 떨어지겠지만 연착륙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아시아 경제권인 호주의 성장률도 3.4%로 올해보다 높을 것으로 전망됐다.


JP모건의 데이비드 페르난데즈 아시아시장 리서치센터장은 "아시아 여러 나라에서 일자리가 늘어나고 임금이 높아지고 있어 아시아 내수시장에 기대를 걸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은 "미국 경제의 확장세가 주춤하더라도 아시아 경제는 올해와 내년 각각 6.6%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금리인상 등이 변수


WSJ는 결국 아시아 각국 중앙은행이 관건을 쥘 것이라고 전했다.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아시아 지역에도 인플레 압력이 커질 때 각국 중앙은행이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역내 내수시장 둔화 여부를 가름할 것이란 얘기다.


더욱 주목해야 할 리스크는 중국 투자 붐이 하향곡선을 그릴 때 나타날 수 있다.


경제성장률,고정자산투자,건설 등이 좋지만 중국 내 외국인 투자와 자본재 수입은 줄고 있다.


중국 투자 붐이 정점을 지나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


중국 정부가 이를 만회하려고 수출을 더 늘리려다가는 수출가격 하락을 가져오고 다른 아시아 국가들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WSJ는 마지막으로 아시아 역내 생산과 투자에서 공급과잉이 나타나지 않도록 그 수요처를 잘 찾고 부양시키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일본은 상대적으로 수입을 적게 하지만 아시아 각국에 투자를 늘리고 있다. 중국은 해외에서 자원을 찾고 있으며 대만도 한국 싱가포르와 함께 해외 투자에 나서고 있다.
이런 각국의 필요를 맞춰주고 부가가치를 잘 분배하는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