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돌아 본 기업 2005] 삼성그룹 .. 아픈만큼 성숙, 무한질주 계속

'다사다난(多事多難)'.삼성의 2005년 한 해는 이렇게 한 단어로 요약할 수 있다. 올해는 명실상부한 글로벌 기업으로 인정받는 동시에 '글로벌 톱 클래스 컴퍼니'로 도약하는 토대를 마련한 해라는 게 삼성의 자체 평가다. 삼성전자를 주축으로 한 주요 계열사들이 지난해에 이어 고속성장을 거듭하고 있고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투자계획도 올해 마련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브랜드 파워를 키웠다는 점도 의미있는 성과로 꼽힌다. ◆글로벌 기업 위상 다졌다 주요 외국 언론들은 올해 부쩍 '삼성의 성공신화'를 특집기사로 다뤘다. 삼성이 그만큼 국내 최고의 기업이 아니라 세계 최고 수준의 기업으로 발돋움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일례로 미국의 포천지는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지난 9월5일자 아시아판 표지모델로 '삼성전자의 성공 비밀'이란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포천은 당시 기사에서 "삼성전자가 일본의 소니를 능가하는 전자업체로 성장했다"며 "(삼성전자는) 기술 디자인 브랜드마케팅을 통해 장기 경쟁력을 확보해 가고 있다"고 소개했다. 실제 올해 삼성이 이룬 성과는 눈부셨다.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가 D램과 낸드플래시,LCD 등의 수익성 향상에 힘입어 매 분기 2조원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기록했으며,삼성SDI와 삼성전기 역시 세계 최고의 기술력으로 각 분야에서 으뜸 기업으로 성장했다. 특히 삼성전자는 세계적 브랜드 컨설팅업체인 인터브랜드와 미국 경제주간지 비즈니스 위크가 공동으로 조사·발표하는 '2005 세계 100대 브랜드'에서 소니(28위)를 제치고 20위에 올랐다. 영국의 프로축구 구단인 '첼시 FC'와 1000억원대의 후원계약을 체결한 것도 의미있는 성과였다. ◆무한경쟁의 중심에 선 삼성 삼성은 올해 주요 글로벌 업체와의 협력을 강화했다. 올 초 일본 소니와 LCD 패널 생산을 위해 충남 탕정의 7세대 라인 공동 투자에 나선 데 이어 세계 2위의 휴대폰 업체인 모토로라와도 포괄적 협력관계를 구축했다. 또 하반기에는 세계 최대의 MP3플레이어 제조사인 미국 애플과 대규모 낸드플래시 공급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휴대폰 칩셋 개발업체인 퀄컴과는 파운드리(반도체 수탁 가공) 공급계약을 맺었다. 이 같은 삼성의 무한질주가 이어지자 해외 업체들은 즉각 견제에 나섰다. 일본의 반도체 업체 5개사가 공동으로 차세대 반도체 기술개발에 나섰으며,일본 정부 역시 최근 자국 업체들을 상대로 삼성을 견제할 것을 노골적으로 요구했다. 세계 최대의 반도체 회사인 인텔 역시 마이크론 테크놀러지와 낸드플래시 합작사를 세우기로 한 데 이어 ST마이크로와도 노어플래시 기술 공동개발에 나서며 삼성 견제에 가세했다. ◆고속 질주는 계속된다 해외업체의 견제에도 불구하고 삼성은 성장을 위한 준비를 착착 진행했다. 이건희 삼성 회장은 올해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디자인 경영전략회의를 열고 '글로벌 톱 브랜드 강화'를 강조했다. 이어 베트남에서는 중국에 이은 신시장으로 아시아 지역 마케팅을 강화할 것도 당부했다. 아울러 지난달에는 오는 2010년까지 연구·개발(R&D) 분야에 총 47조원을 투자,'월드 베스트(세계 1위)' 제품을 현재 21개에서 50개로 대폭 늘리는 내용의 미래 전략을 발표했다. 5년 내에 그룹의 연간 경상이익을 30조원으로,브랜드가치는 700억달러 수준으로 각각 올리겠다는 구상이다. ◆그 밖의 이슈들 삼성의 올해 이슈에는 부정적인 것도 많았다. 이른바 '고려대 사건'을 계기로 불거진 '삼성공화국' 논란은 삼성이 우리 사회에 공헌한 긍정적인 측면과 맞물려 사회적인 이슈로 등장했다. 옛 안전기획부의 불법 도청을 둘러싼 이른바 'X파일'도 올해 삼성을 둘러싼 논란거리였다. 여기에 삼성의 순환출자 구조와 관련된 '금융산업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 개정 문제도 올해의 주요 이슈였다. 이러한 문제들은 삼성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해 나가기 위해 해결해야 될 과제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