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학계 '마케팅용 논문' 시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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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내 유명 의학잡지에 실리는 연구논문 가운데 일부는 판매량을 늘리려는 제약회사들의 '마케팅용 논문'이란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3일 보도했다.
유명 의학잡지에 저명한 학자의 이름으로 실리는 많은 연구 논문이 사실은 제약회사가 고용한 '대작자(代作者)들'에 의해 쓰여지고 있다고 WSJ는 비판했다.
지난 2001년 미 신장질환학회지에 실린 복합비타민 D의 효능에 대한 논문도 워싱턴 대학의 한 교수가 저자로 소개됐지만 실제로는 복합비타민 D 관련 의약품 생산 업체가 고용한 광고회사의 요청을 받은 대작자가 작성한 것이었다.
워싱턴대학의 교수는 문제가 불거지자 논문 작성에 도움을 받긴했지만 논문 초안의 상당 부분을 자신이 다시 썼다고 해명했다.
지난 2000년 진통제 바이옥스의 부작용 가능성이 삭제된 채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슨'에 실린 연구 논문도 바이옥스 제작사인 머크가 논문 작성에 개입한 것으로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었다.
이에 대해 제약회사들은 "늘 시간에 쫓기고 연구 결과를 논문으로 포장하는 데 서툰 학자들이 효율적으로 연구 결과를 논문으로 만들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대작자들의 임무"라고 해명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대작자들의 도움이 있었다는 사실이 연구논문에 명시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점이다.
WSJ는 "제약회사의 마케팅용으로 전락할 수도 있는 연구논문을 만들어 낼 소지가 있는 이 같은 관행이 이제는 하나의 공공연한 비밀처럼 돼 버렸다"면서 "유명 의학잡지에 소개되는 연구 논문이 전 세계 의사들의 약품 선택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 현실인 만큼 이에 대한 자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