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속으로] 삼성생명, 이젠 '글로벌 경영' 이다

자산 규모 91조원,연간 당기순이익 5758억원,고객수 1000만명.마치 대형 시중은행의 경영지표를 보는 듯하다.


하지만 이는 국내 최대 보험사인 삼성생명의 지난 3월 말 현재 경영성적표다.
제 2금융권 회사라고 부르기엔 '너무나 당당한 내실과 외형'을 갖췄다.


지난 1957년 동방생명으로 출범한 이 회사는 약 50년 동안 줄곧 국내 보험업에서 정상의 위치를 지켜왔다.


지난 7월 발간된 미국 포천지(誌)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세계 500대 기업 중 251위(매출액 기준),국내 기업 중 5위,전세계 보험사 중 18위의 위치에 올라 있기도 하다.
특히 올해엔 거의 모든 고객만족도 시상에서 1위를 휩쓰는 등 고객만족 경영에서도 선두를 굳혔다.


이 같은 위상 변화에 따라 삼성생명은 최근 비전을 새로 설정했다.


국내기업에 안주하지 않고 글로벌 일류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비전이다.
구체적으론 2010년까지 '글로벌 종합금융서비스회사'가 되겠다고 천명한 것이다.


요컨대 '글로벌 삼성생명'을 만들겠다는 의지다.


◆삼성생명의 글로벌 역사
삼성생명의 글로벌 기반은 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86년 일본 도쿄와 미국 뉴욕에 주재사무소를 설치,글로벌 기업으로 변신을 시작했다.


국내 최고 기업이라는 자만감에 빠지지 않으려는 시도였다.


이후 중국 베이징,영국 런런,홍콩 등에 주재사무소와 투자법인을 만들면서 세계적인 보험 네트워크를 완성하게 된다.


보험영업을 위한 글로벌 노력도 남다른 모습이다.


1997년 태국에 '사이암삼성'이라는 합작사를 설립해 착실하게 영업력을 키워오고 있다.


사이암삼성은 지난 2003년 흑자를 낸데 이어 올해에도 1억5000만원 규모의 이익을 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또 지난 7월에는 10여 년간 준비했던 중국합작사(중항삼성)의 영업을 개시해 세계 최대의 보험 격전지라고 하는 중국 내에서 유수의 글로벌 기업과 본격적인 경쟁에 나섰다.


특히 중국 진출은 본토 중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국내 최초의 금융회사라는 영예를 얻기도 했다.


삼성생명과 중국 최대의 항공사인 중국항공그룹과 50 대 50의 비율로 출자한 중항삼성은 자본금 2억위안(한화 약 250억원) 규모의 회사로 삼성측에서 경영권을 맡아 국내 보험영업의 성공모델을 중국시장에 접목시키고 있다.


◆국내 최대의 해외투자 기관


내년 5월이면 삼성생명의 총자산은 100조원을 넘을 전망이다.


자산 규모는 연간 10조원가량 늘고 있다.


이에 따라 안정적인 자산운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판단해 해외 우량자산에 대한 투자도 크게 확충하고 있다.


삼성생명은 지난 1996년 2200억원으로 해외에 처음 투자한 이래 98년 1조5000억원,2002년 5조5000억원으로 규모를 확대했고 2003년에는 4조원 이상을 신규 투자했다.


해외투자를 시작한 지 9년 만에 그 규모가 10조원을 돌파한 셈이다.


현재는 총자산의 10%가 넘는 12조원가량의 금액을 전세계 우량자산에 투자하고 있다.


국내 금융회사로선 최대 규모다.


지난해 11월 삼성생명은 메릴린치증권과 30년 짜리 초장기 통화스와프를 위한 기본계약(ISDA)을 국내 최초로 체결한 바 있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보험계약 자산은 장기 부채인 만큼 이 부채기간에 매칭하는 투자가 적절하지만 국내에서는 어려운 점이 많다"며 "안정적인 해외투자를 통해 듀레이션(만기)도 확대하고 국내 수준 이상의 수익률도 기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2010년 글로벌 종합금융서비스 회사


삼성생명의 글로벌 전략 핵심은 '선택과 집중',그리고 인재양성이다.


급성장하고 있는 아시아 이머징 마켓을 중심으로 선택과 집중에 의한 투자를 전개한 후 점차 세계시장 전반으로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이미 태국과 중국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성장 가능성이 높은 동남아 시장 진출도 장기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보험영업의 진출뿐 아니라 안정적인 자산운용을 위해 해외투자도 지속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뿐만아니라 미국 뉴욕,영국 런던,홍콩 등의 투자법인을 통한 직접투자도 장기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글로벌 기업의 기반인 글로벌 인재 양성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매년 수십명을 해외 MBA과정과 지역전문가,주재원 등으로 파견해 글로벌 인력으로 키우고 있다.


이렇게 육성된 인력은 이미 400명이 넘는다.


이들은 경영의 각 부문에서 맹활약하고 있다.


핵심인력의 영입에도 적극적이다.


국적을 불문하고 인재를 채용하고 있다.
배정충 사장은 핵심인력 면접을 위해서라면 열 일 제처두고라도 전 세계로 달려갈 정도의 열성을 보이고 있다.


이성태 기자 ste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