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은 지금 '연체와의 전쟁중'


#장면 하나:'세탁기 냉장고 등 전자제품을 절반 가격에 팝니다.'


한 시중은행 사내 게시판에 최근 오른 광고다.
이 광고를 올린 사람은 O지점의 P과장.부도로 대출금을 연체 중인 거래처의 물건을 판매 대행하고 나선 것이다.


물건을 팔아 해당 업체의 연체 대출 상환자금으로 쓰기 위해서다.


#장면 둘:모 은행 채권관리부의 김 대리.그는 요즘 전화통을 붙잡고 산다.
"연체 발생 중이니 이자 납입을 부탁드립니다"라고 연체고객에게 통사정을 하는 게 일이다.


하루에 거는 전화는 50여통.토요일에도 출근해 연체 독촉에 매달린다.


올 한 해 실적이 연말 연체율 숫자 하나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은행들,연체와의 전쟁 중


은행들이 '연체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참고하는 것이 연말 실적인 만큼 은행의 건전성 잣대인 연체율을 어떻게든 떨어뜨려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은행은 이달 들어 '클린뱅크 D-31'이란 캠페인을 통해 올해 마무리 연체 감축운동에 나서고 있다.


우리은행은 올해 말 총 연체율 목표를 1.5% 이하로 잡고 최근 담보가치가 하락한 빌라 담보대출 등을 중점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신한은행도 12월 한 달간을 '연체 감축 및 자산건전성 캠페인' 기간으로 정했다.


'0%대' 연체율을 방어하라는 것이 각 지점에 떨어진 특명이다.


조흥은행은 최근 '연체감축 전략회의'를 여는 등 연말을 맞아 연체 관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외환은행도 담당 임원이 직접 영업점을 돌며 연체 감축을 독려하고 있다.


연체 비율이 일정 비율을 넘거나 상승한 영업점이 중점 관리 대상이다.


외환은행은 연말 실적 관련 보고서에 연체율 상황을 의무 조항으로 넣도록 하고 있다.



◆한달 안에 내야 '연체료 폭탄' 피한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연체는 등록 후 한달 안에 꼭 갚아야 한다.


연체 후 한 달 안에는 이자에만 연체료가 붙지만 한 달이 지나면 이자뿐 아니라 원금 전체에 대해서도 고리의 연체료가 붙기 때문이다.


예컨대 은행에서 1억원의 주택담보대출을 빌려 쓰면서 매달 25일 50만원(이율 연 6%)을 이자로 내는 대출자가 10월25일 결제를 하지 못해 연체로 등록되면 11월24일까지는 이자금액에 대해서만 연체료(17%)를 물어 50만6986원을 내면 된다.


그러나 한 달이 지나는 11월25일부터는 대출원금인 1억원에 대해서도 연체료가 부과돼 이자가 매일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이에 따라 12월25일 이자를 낼 경우 원금에 대한 연체료(139만7260원)에다 이자(50만원) 및 이자에 대한 연체료(7219원) 등을 합쳐 모두 190만4479원을 물어야 한다.
김은정 조흥은행 재테크 팀장은 "통장에 돈을 남겨 놓고 이자가 자동으로 빠져나가도록 하는 것이 고리의 연체료를 피하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