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시장은 지금] 테헤란 무역관 배창헌 관장

이란, 세계 최저가 휘발유로 공해 및 재정 부담 가중 KOTRA 테헤란 무역관 석유매장량 세계 2위에 연간 9억 배럴의 원유를 수출하여 5백억불 이상의 오일달러를 벌어들이는 석유대국 이란이 세계 최저 수준의 휘발유 가격 때문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고 합니다. 도대체 무슨 연유인지, 우리와는 어떤 관계가 있는 것인지 배창헌 KOTRA 테헤란 무역관장을 연결하여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배창헌 관장? 안녕하세요! 산유국에서 기름 값이 싼 것은 당연한 것 아닌가요, 어떻습니까? 예, 이란의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800리알, 그러니까 우리나라 돈으로 100원이 조금 안되니 우리나라의 1/15 정도입니다. 가히 세계 최저 수준이라고 하겠습니다. 세계 최고 수준의 휘발유 값에 시달리고 있는 우리나라의 운전자들이 들으시면 놀랍고도 부러운 가격이겠지만 이로 인해 야기되는 갖가지 문제도 한둘이 아닙니다. 기름 값이 싸면 좋을 것 같은데 어떤 문제가 있나요? 우선 산유국이라고 해서 휘발유 가격이 무조건 싼 것은 아닙니다. 이란의 경우 인플레 억제 및 서민들의 생계 보조 차원에서 이렇게 낮은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보니 휘발유 소비량이 하루에 7천만 리터에 달해 일일 2,500만 리터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런데 휘발유 수입가는 리터당 6천리알, 즉 730원 정도이므로 리터당 630원의 갭을 정부보조금으로 충당할 수 밖에 없는 처지인 것입니다. 이는 하루에 약 160억원, 1년에 5조 8천억원, 달러로는 52억불 상당을 이란 정부가 부담해야 함을 뜻합니다. 물론 연간 500억불 이상으로 예상되는 이란의 오일달러를 감안할 때 재정적으로 감내하지 못할 상황은 아니라고 하겠습니다. 그러나, 재정 부담의 문제를 떠나 현 휘발유 가격 체제 하에서는 부자들도 똑같이 오일달러의 혜택을 보기 때문에 사회정의 차원에서도 문제가 있을 뿐만 아니라 막대한 양의 휘발유 소비에 따른 매연 공해가 치명적인 수준에 이르러 있는 것입니다. 테헤란의 공해 문제가 심각하다는 말은 좀 생소한데요 서울과 비교해서 어떻습니까? 저는 테헤란에 비해 서울의 공기는 정말 양호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란의 자동차 수는 약 7백만대로 이륜구동차를 포함하면 거의 우리나라 수준인 1,500만대에 달한다고 합니다. 그 중 약 350만대의 승용차가 테헤란 수도권에 밀집 운행되고 있는데 대중교통 수단이 미비하고 휘발유 가격 부담이 없다보니 누구할 것 없이 자동차를 몰고 다닙니다. 특히 이란에서는 건조한 기후로 차체가 오래 보존되어 40년 이상씩 된 노후 차량들이 공해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는 형편입니다. 이로 인해 테헤란은 연간 200일 이상 매연 공해로 찌들고 있는데 최근 겨울 들면서 난방 매연까지 가세한 잿빛 공해가 계속되자 테헤란공해감시위원회는 어린이, 환자 및 노약자들의 외출 자제를 당부하면서 임시 공휴일 시행 등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을 정도입니다. 배관장의 말씀을 듣고보니 서울이 훨씬 더 낫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그 정도라면 무슨 대책이 시급한 것 같은데요? 예, 테헤란의 도시공해가 시민들의 생명까지도 위협하는 치명적 수준에 이르자 정부 당국도 다급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선 즉각적인 조치로는 임시휴교령 등으로 자동차 운행을 줄이려 검토하고 있는 외에 인공 비를 테헤란 지역에 내리도록 하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습니다. 또한 2006/7 회계연도가 시작되는 내년 3월부터는 휘발유 수입을 중단하고 국내 생산분 배급을 통해 수급을 조절하는 법안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이와 병행하여 지난 9월부터는 1966년 이전에 생산된 노후 차량들을 강제 폐차시키는 조치도 시행되고 있습니다. 내년 3월까지 총 20만대 폐차를 목표로 하고 있는데 Iran Khodro 등 국내 자동차사에서 대당 1,600불 상당의 보상금을 지불한다고는 해도 차주들의 반발도 만만찮은 실정입니다. 우리나라처럼 휘발유 값이 비싸도 문제지만 이란처럼 싸도 문제군요. 이러한 문제가 우리나라와의 교역에도 영향을 미칠까요? 노후 차량 폐차 프로젝트가 제대로 시행된다면 휘발유 소모가 많고 공해를 유발하는 차량이 퇴출되는 대신 휘발유 소모가 비교적 적고 환경친화적인 신차 구입이 불가피하게 증가하게 되어 이란산 소형 차량의 판매 증가뿐만 아니라 최근 대이란 진출이 강화되고 있는 한국산 승용차의 판촉에도 도움이 되리라 봅니다. 이상 배창헌 KOTRA 테헤란 무역관장으로부터 들어보았습니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유효정기자 isemiyake0227@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