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상승이 종이팩 우유 없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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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 상승이 한국에서 종이팩 우유를 몰아낸다?'
국내 우유팩 업계에 '나비효과'가 일어나고 있다. 올초부터 계속된 유가 상승으로 미국에서 플라스틱팩 우유가 줄고 종이팩 우유가 늘어나면서 국내 업계에 미국산 우유팩 원지 구입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18일 우유팩 생산업체인 한국팩키지 이우식 사장은 "미국 유음료 업계가 종이팩 사용을 늘림에 따라 국내에 원지를 공급하는 미국과 핀란드 원지 생산업체가 올 하반기부터 수출가격을 15~20% 인상했다"며 "특히 이 중 한 회사는 내년 1월 선적분부터 추가로 16%를 올리겠다고 최근 통지해왔다"고 밝혔다.
게다가 플라스틱팩과 종이팩을 반반씩 사용해 온 미국 유음료 업체가 유가 상승으로 플라스틱팩 유제품 생산을 줄이는 대신 종이팩 유제품 생산을 5%가량 늘리면서 한국에 할당되는 팩 원지 물량도 줄어들게 된 상황이다.
사실상 우유팩 원지 시장은 독과점에 가까워 이번 공급가격 인상에 국내 종이팩 생산업체들이 난감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우유팩 원지를 생산하는 기업은 초대형 제지회사인 미국의 아이피 등 3개사와 핀란드의 스토라엔소 등 모두 4개사다. 국내 우유팩 제조사들은 이들 기업에서 원지를 수입해와 단순히 팩 원지에 인쇄물을 새기고 팩 모양에 맞게 자르고 접는 공정을 할 뿐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유음료 업체에 원지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설득하지만 반영되지 않고 있다"며 "인상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하지 못하면 종이팩 공급을 아예 끊어야 할 처지"라고 말했다.
임상택 기자 lim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