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플라자] 기로에 선 관광호텔산업
입력
수정
조민호
'세계 3대 미래산업,평화산업,고부가가치 서비스산업',이는 모두 관광산업을 수식하는 표현들이다.
관광산업은 세계적으로 급성장하는 산업이다.
한 예로 관광산업은 고용 투자 세수 등 세계 거시경제지표의 10% 이상을 차지한다.
세계관광기구(WTO)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세계 관광객 수가 2010년에는 10억600만명,2020년에는 15억60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따라서 세계 각국은 관광을 주요 수출산업으로 설정하고 외래 관광객 유치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국 관광산업은 도입기,기반 확충기를 지나 성장기에 진입하였다.
성장기는 퇴보 또는 완숙기의 갈림을 결정짓는 중요한 시기다.
현재 세계 관광시장과 동북아지역 관광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나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외래 관광객 수는 500만명 수준에서 정체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관광산업이 더욱 성장하기 위해서는 외래 관광객 유치가 곧 내수 및 고용창출을 수반하는 상품수출산업 이상의 수출산업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하지만 관광산업의 핵심 업종인 관광호텔산업은 사치산업이라는 편견에 둘러싸여 다른 수출산업에 비하여 부가가치세,전력요금,환경개선 부담금,교통개발 부담금 등에서 차별적 취급을 받고 있다.
여기에 더해 금년부터 부동산 투기 억제를 위한 종합부동산세를 호텔부지에 대해서도 부과하고 있다.
이는 관광산업을 수출산업으로 지정하려고 대외무역법시행령을 개정하고자 하는 의의 및 관광산업을 육성하려는 대통령의 의지와도 상충하는 엇박자 정부정책의 대표적 사례다.
호텔은 관광산업 경쟁력의 척도다.
관광 선진국들이 여러 관광인프라 중에서 특히 호텔에 많은 관심을 갖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우리는 최근 관광호텔의 외국인 객실요금에 대한 영세율(零稅率) 적용이 폐지되고 호텔 부지에 종부세가 과세됨에 따라 우리나라 관광호텔의 경쟁력에 결정타를 가하고 있다.
이는 또 관광호텔산업 관계자와 종사자들의 의욕과 사기를 떨어뜨리는 것이다.
관광호텔의 외국인 객실료 영세율 적용은 관광산업의 정책적 육성이라는 취지에 맞게 1977년 도입된 이래 약 15년간 지속되었다.
그 후 한국방문의 해,월드컵 개최,관광산업의 침체 등을 이유로 세 차례의 적용과 폐지를 거치며 시행되어 오다가 올해 2005년 1월부터 다시 폐지되었다.
관광호텔의 외국인 객실료 영세율 폐지는 관광호텔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우리나라를 찾는 외래 관광객들이 느끼는 가장 큰 불만 중 하나는 관광호텔 숙박비가 비싸다는 것이다.
한 조사에 의하면 세계 100대 도시 중 서울의 관광호텔 숙박비는 상위권이고 특히 아시아에서는 최상위권이다.
관광호텔의 외국인 객실료 영세율 폐지와 종부세 과세는 가뜩이나 비싼 관광호텔 숙박비를 상승시킬 뿐만 아니라 줄어든 외래 관광객으로 인해 관광호텔의 경영악화를 가져와 휴폐업이 증가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결국 세수 감소가 아니라 세원 소멸이라는 악순환을 경험하게 될 수 있다.
국경 없는 경제전쟁으로 인해 세계 각국의 법인세 인하 추세와 더불어 부가가치세에 대해서도 수출산업을 중심으로 인하 논의가 활발하다.
특히 관광호텔에 대해서는 많은 국가가 면세 또는 경감세율 등을 통해 관광산업을 지원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중소 규모의 수출기업을 육성하는 차원에서 각종 조세,부담금,금융지원 등 인센티브를 적용해 적극 지원하고 있다.
대부분의 관광호텔들은 중소 규모의 사업체다.
그러나 관광호텔은 소비산업으로 인식돼 아직도 불합리한 규제를 받고 있어 의욕적이며 진취적이고 기업가 정신이 투철한 젊은 중소 규모의 관광호텔은 점점 설 자리를 잃어버리고 있다.
수출산업으로서 관광호텔의 당당한 역할과 국가 관광경쟁력의 밑거름이 되는 역할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