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깎는 구조조정 '터보테크' 재시동

"이제 다시 시작입니다. 터보 엔진을 달고 질주하는 일만 남았습니다." 분식 물의로 회장이 구속되고 부도위기로까지 몰렸던 터보테크가 재도약을 위해 시동을 걸고 있다. 급박하게 돌아가던 재무상태가 안정을 되찾고 직원들도 새로운 의욕과 희망으로 새해를 준비하고 있다. 터보테크가 위기에 처한 것은 지난 9월9일 장흥순 전 회장이 약 700억원의 분식회계를 시인하고부터. 이후 회사는 채권자들의 채무상환 압박에 시달리면서 어음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쏟는 고된 나날을 보내야 했다. 회사를 살리기 위한 직원들의 노력은 절절했다. 회사 사택(50가구) 매각으로 직원들은 갑자기 전세자금을 마련하느라 애를 먹어야 했다. 회사 빚을 갚기 위해 장 전 회장은 자신의 집을 팔았고 일부 임직원은 아파트를 담보로 내놨다. 직원들은 임금도 반납하고 채권단과 거래처를 찾아다니며 "회사를 살릴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애원했다. 여기에다 휴대폰 연구개발 등 몇몇 사업분야를 접으면서 전체의 절반이 넘는 338명의 직원을 내보냈다. 비상경영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치민 사장은 "힘들었지만 이런 노력으로 회사를 살릴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며 "구조조정 이후 남아 있는 직원들이 똘똘 뭉쳐 회사 살리기에 혼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욱선 경영전략실 과장은 "직원들의 노력으로 회사가 정상화의 가능성을 보이자 요즘엔 주주들이 음료수 빵 등을 들고 찾아와 직원들을 격려해주고 있다"고 전했다. 터보테크는 내년을 '재도약의 해'로 삼고 신규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앞으로 정밀제어 기술을 바탕으로 LCD PDP 유기EL 분야의 공정장비 및 모듈 개발과 차세대 평판디스플레이 장비 개발,로봇개발 및 나노제어 응용사업 등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직원들은 주말에도 회사에 나와 밤 늦도록 연구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박 사장은 "올앤지,스펙트론테크,나노트로닉스 등과 업무협약을 맺고 이들 분야의 공동 기술개발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최근엔 정보통신부로부터 국민로봇 임베디드하드웨어 개발 업체로 선정되는 등 정부 과제도 따냈다. 회사측은 신규사업 추진을 위해 내년 초에 연구개발 인력을 신규채용하는 등 기술인력을 보강할 계획도 갖고 있다. 박 사장은 "올해는 분식파문으로 매출이 약 510억원으로 작년의 650억원에 비해 크게 줄어들고 적자 규모도 1170여억원에 이를 전망이지만 내년에는 매출 증대와 순이익 실현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달 말 제3자에 배정한 유상증자 대금 130억원이 들어오면 현금유동성도 한결 개선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계주 기자 lee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