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인생] 잠 못드는 밤...수면제가 힘 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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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일년 중 밤의 길이가 가장 길다는 동지가 지났다.
긴 겨울밤 남모를 고민과 스트레스로 불면에 시달리면 낮에 정상적인 활동을 할 수 없다.
그러나 잠을 못 자는 게 삶의 질을 떨어뜨리지만 수명을 단축시킬 정도로 위험한 요소는 아닌 만큼 여유를 갖는 게 좋다.
실제로 불면증의 25% 이상은 잠을 못 이루면 어떻게 될지 그 두려움에 자율신경계가 흥분,잠을 못 이루는 정신생리적 불면증에 해당한다.
마음 먹기 달린 것이다.
하지만 어떤 수를 써도 잠을 이루지 못한다면 수면제에 의존하고픈 마음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수면제는 크게 오랫동안 쓰여온 벤조디아제핀계와 비교적 최근 개발돼 약효 지속시간이 짧은 비(非)벤조디아제핀계로 나뉜다.
그 이전에 개발된 바비튜레이트 계열 약물은 의존성 탐닉성이 심하고 각종 부작용도 많아 최근엔 거의 쓰이지 않는다.
수면제는 같은 성분이라도 양을 조금씩 늘림에 따라 기능이 달라진다.
소량을 쓰면 불안 경련을 진정시키고,더 많이 사용하면 숙면을 유도하며 더 양을 늘리면 마취상태를 거쳐 죽음에 이르게 한다.
따라서 수면제는 의사처방 없이 절대로 쓸 수 없는 약이다.
벤조디아제핀계는 뇌내 신경전달물질인 GABA의 중추신경억제 작용을 부추겨 불안을 잠재우고 수면을 유도한다.
약효지속시간(약물 반감기)에 따라 △5시간 미만인 단시간형(트리아졸람) △5∼20시간인 중시간형(테마제팜 로라제팜 옥사제팜 알프라졸람) △24시간이 넘는 장시간형(플루라제팜) 등이 있다.
수면제는 짧은 시간 작용하는 게 좋지만 그만큼 탐닉성과 교차내성(약효가 비슷한 다른 약을 썼을 때 약효가 제대로 나지 않는 성향)이 쉽게 생기는 단점도 있다.
벤조디아제핀계로는 트리아졸람 테마제팜 플루라제팜 등이 주로 처방된다.
비벤조디아제핀계로는 졸피뎀 조피클론 성분이 대표적이다.
졸피뎀 성분의 한국사노피신데라보 '스틸녹스'는 국내시장의 49%를 점유하는 베스트셀러다.
이 약은 잠자리에 누워 20∼30분 안에 수면상태에 들도록 유도하고 총수면시간을 증가시키며 자다가 각성하는 시간과 주기를 줄여 수면의 질을 높이는 것으로 인정받고 있다.
이런 수면제 시장규모는 연간 500억원 정도로 추산되며 스틸녹스에 이어 트리아졸람 성분의 한국화이자 '할시온', 명인제약의 '졸민'이 2,3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 밖에 수면제라고 할 수 없지만 약국에서 비처방약으로 수면유도보조제로 판매되고 있는 게 독실아민,하이드록시진,디펜하이드라민 등이다.
이들 약물은 중추신경계의 히스타민 수용체를 억제해 졸음이 오도록 유도한다.
감기약을 먹으면 잠이 쏟아지는 것과 비슷하다.
또 비행기 여행 시차극복과 자연스런 수면유도를 위해 멜라토닌을 쓰기도 한다.
불면증은 크게 수일간 잠이 오지 않는 일과성,수주간 불면이 계속되는 단기성,수개월 지속되는 장기성으로 나뉜다.
어떤 경우든 주 2∼4회 간헐적으로 복용하는 게 바람직하고 3주 이상 장기먹는 것은 금물이다.
특히 나이든 사람일수록 수면제에 느끼는 신체반응이 불규칙해 가급적 반감기가 짧은 수면제를 사용하는 게 일반적이다.
불면증은 수면제로 해결하려고 하면 할수록 약물의존적 불면증이 더 심화된다.
따라서 잠에 대한 과도한 집착을 버리고 잠이 오지 않으면 오히려 용기있게 48시간 자지 않고 버티다가 곯아떨어져 숙면하는 것이 불면증에서 탈출하는 묘방이 될 수 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