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인원 기적 이룬 시각장애 골퍼 '샤론' "밤의 골프황제는 바로 나"


세계에서 골프를 가장 잘치는 사람은 누구인가.


많은 사람들이 타이거 우즈(30·미국)를 꼽는다.
하지만 우즈가 잘하는 것은 낮으로 한정된다.


밤이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밤의 골프 황제'는 누구일까.
AP통신에 따르면 이스라엘의 조하르 샤론(53)이다.


샤론은 앞을 볼 수 없는 시각장애인이지만,이글에 이어 홀인원까지 했을 정도로 뛰어난 골프기량을 갖고 있다.


그는 전 세계 시각장애인 가운데 골프경기를 하는 약 100명 중에서 가장 실력이 출중하다.
샤론은 스코틀랜드 호주 미국 캐나다 등지에서 열린 시각장애인 골프대회를 휩쓸었다.


그가 시력을 잃은 것은 25년 전인 28세 때다.


당시 낙하산부대 저격수였던 그는 동료가 실수로 화학약품을 얼굴에 뿌리는 바람에 시각장애인이 되고 말았다.
절망의 세월을 보내던 그는 미술에 도전하고,물리치료사 일도 해봤으나 성공을 거두지 못했으며 이혼까지 당하는 아픔을 겪었다.


그 후 변호사 소개로 골프클럽을 잡고 2년간 씨름했지만 골프가 만만할리 없었다.


샤론은 '너무 어려워' 골프를 포기했다가 4년 전 다시 골프에 매달렸다.


볼리비아 출신 스포츠심리학자 리카르도 코르도바(66)의 지도 아래 골프를 다시 배우기 시작한 샤론은 눈물겨운 연습 끝에 어느정도 기본기를 갖추게 됐다.


코치의 회고는 연습과정이 얼마나 처절했는지를 짐작케 한다.


"처음 몇 달은 클럽 없이 훈련했다.


빗자루로 마루를 쓰는 동작,팔을 몸에 묶은 뒤 히프만으로 스윙하는 동작 등을 익힌 다음 클럽을 쥐어주었다.


클럽을 잡은 뒤에는 그것으로 작은 동전을 맞힐 때까지 피나는 연습을 했다.


내가 그 앞에 서 있고 그가 궤도를 벗어난 스윙을 하면 클럽이 내 머리를 맞힐 수밖에 없는 상황을 연출해 연습을 시키곤 했다." 코르도바는 이 과정을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처럼 힘든 도전'으로 묘사했다.


코르도바는 그러나 "그의 단점이 장점이 될 때도 있다"고 말한다.


"성한 사람들은 벙커나 워터해저드가 보이면 불안해하지만 내가 그런 장애물을 말하지 않고 있기만 하면 그는 곧잘 한다"는 것.


샤론이 골프할 때 코치 외에도 티업해주고 모든 타구 방향을 일러주는 캐디 겸 친구 심손 레비,볼이 빗나갔을 때 찾아주는 수색견 '다일란'이 항상 곁에 있다.


샤론은 지난 8월 첫 이글을 했고 지난달 14일에는 이스라엘 캐세라GC 15번홀(파3)에서 홀인원을 기록해 신문의 헤드라인을 장식하기도 했다.


제럴드 포드 전 미국대통령과 맞대결을 벌인 적도 있는 그는 "성한 사람들이 나와 맞붙으면 다리를 후들후들 떤다"고 농담할 정도로 여유가 있다.


그는 "나는 눈이 성한 사람보다 더 골프를 즐긴다.


나에게 잔디는 언제나 녹색이고 나무들은 아름답기만 하다.


골프는 또 나에게 좋은 치료요법이 된다.
나는 골프를 하는 순간만큼은 장애에서 벗어나기 위해 애쓴다"고 말했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