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인생] 당뇨병 의심땐 '당지수' 낮은 음식을

당뇨병이나 비만 심장병 환자들은 열량을 줄여 먹으라는 의사들의 권고에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게 마련이다. 의사 말에 따르다가는 허기져 힘들다는 게 이들의 변명이다. 이 때문에 인슐린 소모량이 적은 음식만 골라 조금 배부르게 먹어도 괜찮다는 '저인슐린 다이어트'가 관심을 끌고 있다. 이 같은 환자들에게 최근 음식이 혈당 수치에 미치는 영향을 수치화한 당지수(GI·Glycemic Index)란 개념이 도입돼 귀를 솔깃하게 하고 있다. GI는 1981년 캐나다 토론토의 캐나다대에 재직하던 데이비드 젠킨스와 톰 올레버가 고안해 호주의 임상 영양학자인 제니 브랜드밀러,케이 포스터파웰 등이 심화시킨 개념이다. GI는 인체가 얼마나 빨리 50g의 탄수화물을 혈당으로 전환시키는지를 계량화한 수치다. 포도당 50g의 GI값을 100,흰빵 50g의 GI값을 70으로 잡고 나머지 탄수화물 음식의 혈당 전환비율을 상대값으로 매긴 게 GI 수치다. GI값이 높을수록 소화 흡수되는 속도가 빠르고 식품 섭취 후 혈당치가 빠르게 높아진다. 따라서 당뇨 비만 심장병 환자에게 GI값이 높은 음식은 좋지 않다. 이들 환자 대부분은 인슐린 저항성(인슐린이 일정량 분비돼도 인슐린이 혈당을 소모시키는 능력이 감퇴된 상태)을 갖고 있어 GI가 높은 식품을 섭취할수록 더 많은 인슐린을 분비해내야 한다. 이러다 보면 당뇨병 환자는 인슐린을 생산해내는 췌장이 과로하게 돼 혈당조절 기능이 떨어지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반면 GI가 낮은 식품은 혈당을 천천히 올리고 인슐린 분비량을 많이 요구하지 않으며 잉여 열량이 지방으로 저장되지도 않는다. 저인슐린 다이어트는 다름아닌 가급적 저GI 식품 위주로 먹되 고GI 식품을 먹을 땐 반드시 저GI 식품을 적절히 배합해 식사함으로써 인슐린 저항성을 점차 줄여나가고 효율적으로 혈당을 관리하자는 게 핵심이다. GI에 따라 수치가 △70 이상인 고GI 식품 △56∼69 범위인 중GI 식품 △55 이하인 저GI 식품으로 분류할 수 있다. 예컨대 GI는 보리밥이 25,검은콩 30,고구마가 44인 데 반해 감자는 80,찹쌀밥은 92가 넘는다. 치즈 참치 쇠고기 등은 '0'이다. GI 지수는 최근 출간된 '당지수로 당뇨병 비만 심장질환을 잡는다(물병자리 刊)'라는 책에 자세히 소개돼 있다. 그렇다면 고지혈증 비만 심장병 환자는 GI가 제로값인 고기를 마음껏 먹어도 되나. 혈당만 따지면 우선 당장 그래도 되지만 잉여 지방이 동맥경화를 일으키고 이것이 다시 당뇨병을 악화시키므로 저열량 식사는 어떤 경우에도 요구된다. 인제대 서울백병원 임상영양연구소에서 'GI 센터'를 운영 중인 강재헌 비만클리닉 담당 교수는 "전체 열량 섭취량 가운데 탄수화물이 65%나 되는 국내 실정에서 요령 있는 탄수화물 섭취는 매우 중요하다"며 "쌀밥보다는 현미밥을,흰 소면보다는 메밀 국수를,흰빵보다는 호밀빵을,당분이 첨가된 가공 식품보다는 천연 식품을 섭취하는 게 기본 컨셉트"라고 설명했다. 강 교수는 "호주에서는 식품에 성분 열량 외에도 GI를 표기해 성인병 환자들이 참고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당뇨 비만 환자는 특히 청량음료 와플 가당음료처럼 GI가 매우 높은 음식을 삼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