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 증시] (3) 코스닥시장 부활


올 한 해 동안 코스닥시장은 그야말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코스닥지수가 85%나 올랐기 때문만은 아니다.
'거품과 머니게임의 대명사'라는 오명을 떨쳐냈기 때문이다.


투기장에 가까웠던 시장은 이제 정상궤도에 진입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적이 주가를 결정하는 가격결정 시스템이 작동되고 있어서다.
한마디로 질적으로 달라졌다.


이종우 한화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올해 코스닥시장의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기관이 '시장'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라며 "지난 2∼3년간 '시장다운 시장'을 만들려는 정책 당국과 기업들의 노력이 결실을 거뒀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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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센터장은 올해 코스닥시장이 각광받은 이유를 3가지로 설명했다.
첫째는 그동안 주가가 너무 빠졌다는 것이다.


코스닥지수는 지난 2000년 3월 사상 최고치인 2834.40을 기록한 이후 급경사의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지난해 8월에는 324.71까지 하락했다.


지수가 88.5%나 하락한 것이다.


몇 년 사이에 지수가 무려 9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진 것은 세계적으로도 1930년대 미국 대공황 시기를 포함해 3차례밖에 없었다.


그만큼 코스닥시장의 하락폭이 정상적인 수준을 벗어난 것이었다고 이 센터장은 설명했다.


둘째는 코스닥시장의 꾸준한 자정 노력이 효과를 봤다는 것이다.


올해도 여전히 테마주가 기승을 부리고 분식회계 기업들이 속출했지만 확실한 비즈니스 모델을 갖춘 우량 기업들이 시장을 주도하면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켰다는 분석이다.


셋째는 리레이팅(재평가)이다.


그동안 국내 투자자들은 중·소형주에 대한 평가가 인색했다.


업종 대표주 등 대형주에는 과도한 프리미엄을 줬지만 중·소형주에 대해서는 혹독할 정도로 낮게 평가했다.


그러나 올해는 달랐다.


중·소형주에 대한 재평가가 본격화하면서 코스닥시장이 지난 11월에는 21일 연속 상승이라는 신기원을 여는 등 기록적인 상승세를 보였다.


이 센터장은 "중·소형주에 대한 리레이팅은 미국 등 선진국 시장에서는 2∼3년 전부터 꾸준히 진행돼 왔다"며 "우리의 경우 그동안 할인된 가치를 반영하다 보니 올 한 해 상승폭이 커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실제 중·소형주의 이익 증가폭이 컸던 만큼 이들 종목의 주가 상승은 과거와 같은 거품과는 차원이 다르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내년에도 올해와 같은 코스닥 열풍이 이어질 수 있을까.


이 센터장의 생각은 밝지만 않다.


중소형주 열풍이나 테마주 강세에 따른 지수 급등 현상을 기대하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는 "지난해 7월에는 주가수익비율(PER)이 2~4배에 불과한 중·소형주가 수두룩했지만 지금은 대형주나 중·소형주의 PER가 큰 차이 없다"며 "가격메리트가 떨어진 만큼 중·소형주 열풍은 사그라들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미 최근 들어 중·소형주 약세와 대형주 강세 현상이 가시화하고 있다.


이 센터장은 이런 기조 아래 내년에 코스닥시장이 1000포인트를 돌파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이제 코스닥시장도 꿈을 먹고 사는 단계는 지났다고 본다"며 "이익증가율이 30% 이상이면서 PER가 10배 이하인 우량 종목을 골라 중장기적으로 보유하는 게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방법"이라고 충고했다.
특히 그는 실적 개선폭이 클 것으로 기대되는 반도체·LCD 부품주와 와이브로 관련 통신장비주를 유망주로 꼽았다.


글=김태완·사진=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