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도쿄의 연말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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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이브인 지난 24일부터 도쿄에서는 점등축제인 밀레나리오(Millenario)가 시작되고 송년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
밀레나리오는 도쿄역 인근 대형 오피스 빌딩에 설치된 14만개의 전구에 불을 켜 밤거리를 화려하게 만드는 행사다.
밀레나리오 축제에 나온 수십만명의 시민들은 그 어느해보다도 밝고 신나는 표정이었다.
이처럼 도쿄 시민들이 기분좋게 연말을 보내는 것은 일본경제가 길고 긴 침체에서 벗어난 것과 무관하지 않다.
경기회복 영향으로 사람들의 주머니가 두둑해져 여유가 생긴 것이다.
실제로 미쓰코시 다케시마야 등 주요 백화점은 선물을 사려는 고객들이 몰려들어 연일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대형 백화점의 12월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0% 이상 늘어났다고 한다.
'짠돌이' 소비로 유명한 일본인이지만 주머니 사정이 좋아지면서 연하장도 많이 보내고 있다.
대형 인쇄업체 기타무라에 따르면 연하장 주문량이 지난해보다 20% 이상 늘었고 단가도 높아졌다고 한다.
연말연시를 맞아 해외로 떠나는 여행객 역시 작년보다 두자릿수나 늘어 관광업계가 연말 특수를 누리는 등 소비시장 회복세는 뚜렷해졌다.
3년째 사상 최고 이익을 거둔 대기업들이 직원들의 임금을 올려주면서 소비시장이 본격적으로 회복되는 양상이다.
대기업의 올 연말 보너스는 평균 80만엔을 넘어 8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보너스 자금은 증시로도 유입돼 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
기업들의 설비투자가 왕성한데다 소비시장까지 살아나 일본경제는 내년부터 본격 상승기에 접어들 것이란 관측이 많다.
한국이 정치ㆍ사회적 이슈로 내분을 겪고 우왕좌왕하는 사이에 일본은 정부와 기업이 똘돌 뭉쳐 구조 조정을 마무리하고 장기침체에서 벗어났다.
이웃나라인 경제대국 일본의 재도약은 한국 입장에선 위기뿐만 아니라 기회가 되는 측면도 있다.
1억3000만명의 큰 시장은 한국 기업에 새로운 기회다.
그러나 경쟁력이 강해진 일본 기업들은 우리 기업들이 따라잡기 더욱 벅찬 상대가 아닐 수 없다.
한국이 더이상 머뭇거려서는 안된다는 생각이다.
도쿄=최인한 특파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