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장.단기 금리 5년만에 역전 .. '경기후퇴 신호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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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장·단기 금리가 2000년 12월 이후 5년 만에 역전됐다.
장·단기 금리가 역전된 후 경기가 침체되곤 했던 과거를 기억하고 있는 투자자들의 집중적인 주식 매도로 뉴욕 증시는 2개월여 만에 가장 큰 폭인 0.97% 하락했다.
27일(현지시간) 뉴욕 채권시장에서 10년 만기 미국 국채수익률은 장중 한때 연 4.33%를 기록,2년 만기 국채수익률 4.34% 밑으로 떨어졌다.
이후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이 다시 연 4.34%로 오르면서 2년 만기와 10년 만기 수익률은 모두 연 4.34%로 마감됐다.
증시에선 장·단기 금리 역전 소식으로 매물이 쏟아지며 다우 지수는 전날보다 0.97%(105.50포인트) 하락한 10,777.77로 마감됐다.
나스닥 지수와 S&P500 지수도 각각 1.0%와 0.96% 떨어졌다. 일반적으로 장·단기 금리의 역전은 경기 후퇴를 예고하는 신호로 해석된다.
그러나 미국 경제낙관론이 우세하고 물가도 안정돼 이번 장·단기 금리 역전은 예전과 다르다는 주장이 많아 역전 현상을 놓고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이 문제가 뉴욕 금융시장의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
◆장·단기 금리 왜 역전됐나
미국 국채에 대한 수요 공급의 변화 때문이다.
아시아와 중동 산유국들은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와 원유판매 대금으로 미국 국채를 집중적으로 사들였다. 외국 투자자들의 국채 매입은 지난해 12% 증가한 데 이어 올해도 17% 늘었다.
미국의 연금과 보험회사 등은 장기 국채를 꾸준히 사들이고 헤지 펀드들도 저리의 단기자금을 빌려 장기 국채에 투자하고 있다.
수요만큼 공급은 늘지 않았다. 2005 회계연도에 장기채 발행은 8% 늘어난 반면 상환은 15% 증가했다. 올해 재정 적자가 경기 호조에 따른 조세수입 증가로 작년보다 1000억달러 정도 개선됐기 때문이다.
미국 통화정책의 신뢰성이 높아지고 기대 인플레이션이 낮은 수준을 유지,채권 투자의 위험 요인이 떨어지고 있는 것도 장기 금리를 하락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장기 금리는 기대 인플레이션율과 위험 요인의 합이다.
◆역전은 어떤 의미를 갖나
이론적으로 역전될 경우 경기 침체와 이에 따른 주가하락 가능성이 높아짐을 의미한다.
기대 가설(expectations hypothesis)에 따르면 정책금리 인상기에는 현재의 단기 금리가 상승하는 반면 미래의 기대 단기금리(장기 금리를 결정하는 요인)는 상승폭이 이보다 낮거나 하락한다.
이 과정에서 장·단기 금리 차이는 축소되거나 뒤바뀐다. 미래의 기대 단기금리를 낮게 전망하는 것은 투자자들이 향후 수익을 적게 보는 것으로 그로 인해 투자를 줄이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경기 후퇴를 초래할 수 있다는 뜻이다.
윈드햄 파이낸셜 서비스의 투자전략가인 폴 멘델스존은 "금리 역전이 투자자들을 놀라게 만들었다"며 "좋은 신호가 아니다"고 말했다.
◆미국 경기도 후퇴할 것인가
그러나 이번에 금리가 역전된 것은 과거의 경험이나 이론처럼 경기와 깊은 연관이 있는 금리 정책에 대한 기대보다는 주로 채권 수급상의 변화와 인플레 안정,채권투자 위험요인 감소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 때문에 미국 경기가 둔화되고 주가가 하락할 것이라고 해석하는 것은 성급하다는 시각이 많다. 27일 뉴욕 금융시장에서도 장·단기 금리가 역전된 후 일시적인 충격이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어느 정도 안정을 되찾았다.
또 장·단기 금리차와 같은 금융 지표들은 본질적으로 갖고 있는 한계 때문에 경기 예측력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뉴욕의 민간 경제예측기관인 컨퍼런스 보드와 경기예측연구소(ECRI) 등은 경기 선행지표를 작성할 때 낮은 장기 금리가 기업의 투자를 촉진한다는 의미에서 경기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분석했다.
한상춘 논설 전문위원.뉴욕=하영춘 특파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