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세상'에 한 획을 긋다‥ 홍보지침서 펴낸 홍보대행업체 KPR

'국내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미국의 선진 사례를 익히는 한편 제대로 된 홍보 매뉴얼을 만드는 1석2조의 효과를 노렸는데 나름대로 적중했다고 봅니다." 얼마 전 홍보대행사인 KPR가 미국의 PR실무 지침서인 'PR 스타일 가이드'(바바라 딕스-브라운과 조디 L.G.글루 공저)를 번역 출간해 화제가 됐다. 전문서의 핵심인 케이스를 국내 사례로 대체했으니 엄밀히 말하면 '번역+창작'인 셈. 이 책을 내는 데는 KPR 전 직원이 십시일반으로 참여했다. 낮에는 언론사 기자를 비롯한 고객사 이해관계자들을 상대하고 밤에는 고객사 실무자들과 함께 PR전략을 짜느라 하루를 이틀처럼 사는 '홍보쟁이'들이 왜 전문서적을 내는 고단한 일에 도전했을까. 이 책의 '보도자료 작성'편을 맡았던 김은형 헬스케어팀 차장(34)에게 들어봤다. "처음 홍보업무에 뛰어들었을 때의 막막함이 아직도 눈에 선해요. 최근 들어 홍보시장이 커지면서 능력있는 후배들이 많아졌지만 PR업무를 처음부터 차근차근 배울 시스템이나 연수과정이 제대로 안 돼 있는 현실이 안타까웠습니다. 그래서 새내기 홍보맨은 물론 중견까지 교과서로 삼을 만한 지침서를 만들어보자는 의견을 내자 이심전심으로 전 직원이 동참하게 되었죠." 직원들의 자원(?)에 감동한 신성인 사장이 "이왕 하는 김에 서둘러 올해 안에 출판하자"며 독려하는 바람에 '3개월 안에 끝낸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뜻은 좋았으나 과정은 녹록지 않았다. 네살배기 아이의 엄마로,헬스케어팀의 실무를 총괄하는 책임자로 1인 2역을 하고 있던 김 차장에게 번역 작업은 말처럼 쉽지 않았다. "밤늦게까지 사전을 붙들고 씨름하느라 몇 시간밖에 못 잘 때도 많았어요. 하루는 아침에 세수를 하는데 코피가 주르르 쏟아지는 거예요." 다른 멤버들도 마찬가지였다. 올 한 해 발기부전치료제 '시알리스'의 홍보를 맡아 늘상 "새벽 발기가 돌아온다"고 외치고 다녔던 장우혁씨. "새벽 2~3시까지 작업을 하는 바람에 너무 피곤해서인지 가끔씩 '새벽 발기'가 되지 않아 나부터 그 약을 먹어야 되는 것 아닌가 걱정하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미국의 홍보케이스를 국내 사례로 대체하는 작업을 한 김나경 대리가 상대적으로 편했다고 동료들이 귀띔했지만 본인은 펄쩍 뛴다. "그동안 배포한 보도자료를 그대로 실었으면 작업 부담이 크지 않았겠죠. 하지만 새로 입사할 후배들이 익힐 홍보교과서에 실릴 '모범케이스'를 만들어야 한다는 데 생각이 미치자 처음부터 다시 쓸 수밖에 없었어요." 미국의 저명한 마케팅전략가 알 리스 신봉자인 KPR 4인방은 한국에도 서서히 열리고 있는 전략홍보시대를 선도할 1세대를 자임한다. 이들 4인방은 각자 하나씩 '개인기'가 있다. 김 차장은 부담없는 외모와 타고난 친근함으로 고객사나 기자와의 미팅에서 격의없는 분위기를 만드는 재주를 가졌다. 김 대리는 웃기는 걸로 승부한다. 홍보로 안 되면 개그를 해도 될 정도다. 장씨는 남성 보컬그룹 HOT의 멤버 '우혁'씨와 이름과 나이 얼굴까지 똑같고,이지영씨(27)는 어떤 상황에서도 진지하고 차분한 목소리를 잃지 않아 위기에 강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들의 개인기 목록에 이제 한 가지가 더 보태지게 생겼다. '홍보교과서 집필자'. 차기현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