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억 굴리는 '王언니 PB'‥신한은행 최우수 영업상 왕미화 팀장


매년 연말이 되면 전 직원 6000여명이 체육관에 모여 개최하는 '종합업적평가 대회'는 신한은행 최대의 행사다.


여·수신실적 및 전년 대비 증가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직원들에게 시상하는 이 행사에서 올해 처음으로 신설된 '프라이빗 뱅킹(PB)영업부문 최우수상'은 왕미화 강남PB센터 팀장(41)에게 돌아갔다.
신한은행에 10억원 이상을 예치한 거액 자산가들을 대상으로 영업하는 PB는 6개 PB센터에서 30명이 근무 중이다.


왕 팀장은 몇 안 되는 여성 PB 중 1등이어서 행내에선 더욱 놀랍게 받아들여진다.


왕 팀장은 올해 수신 실적을 묻는 질문에 "작년보다 35%쯤 늘어난 정도"라고만 대답했다.
주변 직원들에 따르면 그의 수신 규모는 2000억원대에 달한다고 한다.


웬만한 우량 소매금융 점포의 연간 실적과 맞먹는 금액이다.


왕 팀장의 고객이 80여명이니 고객 한 명당 25억원가량을 맡긴 셈이다.
고객들이 쟁쟁한 남성 PB들을 놔두고 굳이 왕 팀장과 거래하려는 이유는 당연히 고객에게 높은 수익률을 올려주기 때문이다.


왕 팀장은 주식시장에 자금이 본격적으로 유입되기 전인 지난 2003년부터 주식형 펀드 등에 대한 투자 비중을 높일 것을 고객들에게 권유했다.


부동산에 대한 신뢰가 강한 PB고객의 특성상 주식 투자를 꺼리는 고객이 많았지만,왕 팀장은 주식 비중이 높은 펀드나 시스템에 의해 거래가 이뤄지는 시스템펀드 등을 적극 권했다.
왕 팀장의 권유를 따른 고객들은 평균 연 50∼60%의 높은 수익률을 올렸다고 한다.


"지금이야 안 그렇지만,지난 2002년 강남PB센터 부임 초기에는 '여성'이라고 막연한 거부감을 표시하는 고객들도 계셨어요.


수백억원대 자산 컨설팅을 받으러 오신 분 입장에서 볼 때 '여자 행원이 그런 어려운 일을 맡을 수 있겠느냐'는 선입견이 있을 수 있었겠죠.요즘은 그런 고객분들도 저를 믿고 재산을 맡겨주시는 편입니다."


왕 팀장은 "PB분야는 고객들의 고민거리를 듣고 대화를 통해 신뢰를 형성하는 능력이 남성보다 뛰어난 여성들에게 적합한 업무"라고 평가했다.
다만 보다 '큰 틀'에서 자산관리에 접근하는 능력은 떨어지는 게 사실이므로 이런 점은 남성들에게 많이 배워야 한다고 그는 겸손해했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