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도 '형제의 난'…유산다툼 법정비화

한진그룹 창업주인 고 조중훈 회장의 유산을 둘러싼 2세 간 다툼이 법정 분쟁으로 비화됐다. 이는 현대 두산에 이어 또다시 벌어진 재벌가 '형제의 난'으로 법원의 판단이 주목된다. 28일 서울중앙지법에 따르면 조중훈 회장의 차남인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과 4남 조정호 메리츠증권 회장은 장남인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을 상대로 정석기업 주식 6만9000주와 손해배상금 3억4500만원을 내놓으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유언장 조작됐고 약속도 안지켜" 이들 형제간 다툼의 시발점은 지난 2002년 11월 조중훈 회장의 사망 당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초 조중훈 회장은 아무런 유언을 남기지 않고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조양호 회장은 조중훈 회장이 상속 재산의 대부분을 자신이 지배권을 갖고 있는 인하학원 정석학원 대한항공 등에 증여한다는 내용의 유언장을 남겼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조남호 회장 등 다른 형제들은 조중훈 회장이 사망하기 1주일 전부터 혼수상태에 빠져 유언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며 유언장이 조작됐을 가능성을 강하게 제기했다. 이처럼 유산 상속을 둘러싼 다툼이 벌어지자 조양호 회장 등 형제들은 이 문제가 확대될 것을 우려,2003년 1월 형제간 사업 분할과 계열 분리 등에 관해 합의하고 사태를 봉합했다. 이때 맺어진 합의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는 것이 소송을 제기한 두 형제의 주장이다. 이들은 소장에서 "당시 조양호 회장은 자신이 지배주주로 있는 정석기업 주식 중 조중훈 회장의 동생 조중건 전 대한항공 부회장 명의의 4만8600주와 처남 김성배 한진관광 고문 명의의 2만400주를 2003년 12월31일까지 동생들에게 명의 이전해 주기로 약속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조양호 회장은 약속 시한이 2년이 넘었는데도 합의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며 손해배상금 3억4500만원도 함께 청구했다. 이들은 또 "정석기업 주식은 조중훈 회장이 생전에 명의신탁을 해 놓은 것에 불과한 만큼 지배주주인 조양호 회장이 영향력을 행사,명의를 이전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정석기업은 부동산 임대와 매매,건물관리업 등을 하는 한진그룹 계열의 비상장사다. 조양호 회장이 최대 주주로 25%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고,대한항공도 24.41%의 주식을 갖고 있다. 조중건 전 부회장과 김성배 고문의 지분율은 각각 7.9%와 3.31%다. ◆"차명주식 아니며 개인 재산이다"이에 대해 대한항공은 이날 발표한 '소송에 대한 입장'이란 자료에서 "본 소송의 대상인 조중건 전 부회장과 김성배 고문 명의 주식은 형제간 합의 당시 차명주식으로 알고 있었으나 정확히 조사한 결과 개인 소유 재산으로 확인됐다"며 "이후 수차례에 걸쳐 조 전 부회장과 김 고문이 본인 소유 재산임을 조남호·정호 회장측에 통보해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대한항공은 이어 "조중건 전 부회장과 김 고문 소유의 주식은 개인 재산으로 조양호 회장측이 처분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소송 대상이 될 수도 없다"며 "조양호 회장은 형제간 분란을 방지하기 위해 두 회장과 재협의,본 소송건을 원만히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