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다산금융상] 2006년 금융계 최대 화두는 M&A.복합금융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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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은 국내 금융산업이 자존심을 회복한 원년이라고 할 수 있다.
가장 낙후된 산업으로 간주되던 금융산업이 그간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말끔히 씻어내면서 화려하게 새출발할 수 있는 기틀을 잡았다는 점에서다.
우선 은행권은 탄탄한 자산 건전성을 바탕으로 예금 대출 펀드 방카슈랑스에서부터 거액 자산가들을 위한 프라이빗뱅킹(PB)에 이르기까지 모든 영업부문에서 뜨거운 영토확장 경쟁을 벌였다.
은행 일선 점포의 불빛은 밤 10시에도 꺼지지 않았다.
말단 행원들까지도 '여기서 밀리면 우리가 죽는다'는 위기감에 사로잡혔다.
글자 그대로 '뱅크 워(bank war)'였다.
은행 관계자들은 "단군 이래 은행이 제대로 된 경쟁을 해보기는 처음인 것 같다"고 말할 정도다.
이런 과정에서도 국내 은행권은 올 3분기까지 사상 최대규모인 10조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연간으로는 13조~15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구조조정의 무풍지대'로 남아 있는 증권산업도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
수익에 목말라하던 증권사들은 증시호황으로 갈증을 해소했으며 새로운 도약을 위한 체력을 비축했다.
특히 정부는 국내 증권사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증권.선물.자산운용.신탁업 등 자본시장 관련업무를 모두 영위할 수 있는 금융투자회사를 설립할 수 있도록 '자본시장 통합법'을 제정키로 했다.
미래 성장을 담보할 비즈니스 모델을 찾지 못하고 '천수답 경영'에서 헤매던 증권업계에 단비가 아닐 수 없다.
2002년 이후 부실에 발목 잡혔던 카드사들은 부활의 날개를 활짝 폈다.
두자릿수였던 연체율이 대부분 한자릿수로 뚝 떨어지면서 카드사들이 다시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서기 시작했다.
보험사들은 변액유니버셜보험 등 신상품을 잇따라 개발하면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았다.
특히 이달 초 도입된 퇴직연금제는 보험사뿐만 아니라 전 금융권에 또 다른 기회를 제공할 전망이다.
금융계는 국내 금융산업이 2006년에는 또 한 단계 도약할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탄탄한 수익기반을 발판으로 고객유치를 위한 상품 및 서비스 경쟁이 더욱 뜨거워지는 한편 대형화.겸업화를 위한 금융회사간 합종연횡도 활발히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M&A를 통한 대형화.겸업화 트렌드
2006년 금융계의 최대 화두는 M&A를 통한 대형화 경쟁이다.
LG카드는 이미 매각작업에 돌입했으며,외환은행도 내년 초에 M&A 작업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시가총액 8조원,자산총액 71조원의 외환은행을 누가 먹느냐에 따라 국내 금융산업의 지도가 바뀐다.
국민은행과 하나금융지주가 강력한 인수의지를 내비치고 있지만 누가 최후의 승자가 될 지는 쉽게 장담할 수 없다.
국민은행이 외환은행을 먹게 되면 자산규모 270조원의 매머드급 은행이 탄생한다.
이 경우 '덩치싸움'에서 밀리게 되는 신한 우리 하나금융도 제3의 합종연횡을 모색할 수밖에 없다.
외환은행이 하나금융으로 인수될 경우 하나금융은 4위권에서 단번에 2위로 올라서게 된다.
금융연구원 관계자는 "외환은행을 누가 인수하든 은행업계는 또 한차례 합종연횡이 불가피하다"고 예상했다.
LG카드의 경우 신한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외에 씨티은행 메릴린치 등 외국계까지 가세,치열한 물밑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신한지주가 LG카드를 인수하게 되면 국민은행을 제치고 자산총액 1위 금융그룹으로 올라서게 된다.
LG카드가 씨티은행 등 외국계로 넘어갈 경우 국내 금융시장을 둘러싼 '토종'과 '외국계'의 경쟁은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금융산업의 글로벌 트렌드인 대형화.겸업화를 위한 금융지주회사 열풍도 더욱 불어닥칠 것으로 보인다.
하나금융이 이달 초 지주회사 체제로 재편한데 이어 국민은행도 외환은행 인수에 성공할 경우 지주회사 체제를 모색할 가능성이 높다.
씨티은행,푸르덴셜그룹 외국계 금융회사들도 한국시장에서 영업력 확대를 위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는 것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산업은행 농협 등 국책 금융회사들 역시 지주회사 등을 통한 금융 그룹화를 꾀하고 있다.
◆영업전쟁의 화두는 '복합금융'
올해 '금융대전'의 키워드는 우수고객 유치 경쟁이며,그 수단은 신상품 및 서비스 개발이다.
특히 은행과 증권.보험 상품을 아우르는 이른바 '복함금융 상품'이 잇따라 선보였다.
은행장들은 "복합금융시대의 승자가 진정한 승자"라면서 "복합금융시대를 앞두고 겸업역량을 강화하는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2006년에는 복합금융상품과 유니버셜뱅킹 경쟁이 더욱 뜨거워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우리금융 신한금융 하나금융 등 지주회사 체제를 갖춘 은행권은 은행점포와 증권점포를 결합한 '복합금융점포' 확장에 적극 나서고 있다.
교차판매를 통해 수익창출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지주회사 출범후 복합금융점포를 잇따라 오픈하고 있는 하나금융그룹 관계자는 "복합금융 점포는 고객들이 한 점포에서 모든 금융서비스를 처리할 수 있도록 원스톱 뱅킹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금융회사의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가장 강력한 무기"라고 설명했다.
장진모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