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계 사람들] 김헌수 순천 파인힐스CC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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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지역 골프장들에 요즘 '서비스 개혁' 바람이 불고 있다. 임직원이나 캐디들이 눈에 띄게 친절해 진 것은 물론 욕탕에는 요구르트가 놓여진다. 클럽하우스 식당의 음식 맛도 좋아졌다.
이런 '서비스 개혁'의 진원지는 순천 파인힐스CC다.
1년 전 개장한 이 골프장은 수도권 명문 골프장들이 배워갈 정도로 운영시스템이나 서비스가 앞서 있다는 평을 듣는다.
'서비스 개혁'을 주도하고 있는 인물은 '골프장의 아이디어맨'으로 통하는 김헌수 사장(54)이다.
그는 골프장 개장을 진두지휘해 짧은 기간 안에 명문의 반열에 올려놓는 데 뛰어난 수완을 발휘해 왔다.
김 사장은 1970년 삼성그룹에 입사한 뒤 82년 안양CC 총무영업과장을 맡으면서 골프장과 인연을 맺었다.
이후 동래CC 지배인,경기CC 상무와 전무를 거쳐 99년부터 서원밸리GC 사장을 맡아 전문경영인의 길로 들어섰다.
2001년에는 중국 청두의 제너시스골프리조트 사장을 지냈고 2003년 파인힐스로 옮겨왔다.
"파인힐스에는 캐디 중에 정식 직원이 된 경우가 많습니다. 캐디를 하다가 클럽하우스 식당이나 현관,프런트 직원이 되면 골프를 이해하면서 서빙하게 돼 고객들의 만족도가 높아집니다. 현재 클럽하우스 총책임자인 이영순씨도 캐디마스터 출신이지요."
파인힐스는 '캐디를 섬기는 골프장'이라는 원칙을 고수한다.
손님을 직접 대하는 캐디가 흥에 겨워야 손님들을 흥겹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손님을 감동시키기 이전에 직원을 감동시켜야 한다는 설명이다.
김 사장은 결코 서비스 원칙을 정하지 않는다.
"서비스를 하향 평준화하는 '서비스 매뉴얼'은 절대로 만들지 않습니다. 획일적인 서비스를 하지 말고 자신 나름대로 하라는 거지요. 손님들은 불편해하는데 인사만 공손히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아요. 캐디교육이 잘돼 있다는 말보다 '어디서 저런 훌륭한 캐디를 뽑았느냐'는 말을 들을 수 있어야 합니다."
김 사장은 캐디들을 클럽하우스에서 1주일에 한 번씩 식사하도록 한다.
손님들이 무슨 음식이 맛있느냐고 물으면 먹어봐야 답을 해줄 것 아니냐는 생각에서다.
그는 또 골프장에서 '하지 마세요'라는 말을 쓰지 못하도록 한다.
"'담배 피우지 마세요. 어프로치샷 연습하지 마세요. 티박스에는 2명 이상 올라가지 마세요' 등의 잔소리를 하지 말라는 것이지요. 손님들이 편하게 쉬려고 골프장 왔지 잔소리 들으러 온 거 아니니까요. 골프장 서비스가 고급스러워지면 손님들의 격도 함께 올라갑니다."
그는 "고객들에게 골프장에서 돈을 써도 아깝지 않다는 생각을 갖도록 하는게 경영 목표"라는 말로 인터뷰를 맺었다.
순천=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